여기 그들이 있었노라




낙엽이 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로 하늘을 비춰 주던 숲 길에 매운 바람이 급하게 지나갑니다. 며칠 전부터 짙게 웅크리던 하늘은 예고하던 길 손이 나타나듯 덜 영근 눈발이 되어 온 산을 안고 내리는 눈가루에 옷깃까지 하얗게 덮여 집니다.

구한 말 어두운 이 땅에 소망의 문을 열어준 생명의 흔적을 찾아 오랜 만에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양림동 얕은 산 위에 조성 된 선교사 묘역을 지인들과 방문하였습니다. 여기에 올 때 마다 내 자신에 대한 성찰과 때론 내가 남기고 떠날 자리의 나를 발견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위치와 실제 모습이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 보다 더욱 궁금한 것은 이웃과 동료 그리고 후대에 나의 흔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대한 평가는 무엇일까? 눈 밑에 숨은 낙엽이 되어버린 화려한 단풍 잎새를 밝으며 나의 마지막 흔적은 어떤 모습으로 누굴 만나고 있을까? 자숙하며 예민해 질 때 비우고 세워지길 위한 장소로 내겐 양림 동산이 있습니다. 묘역의 비석마다 하얀 예복을 입은 듯 얇지만 순결하고 거룩한 영광의 꽃으로 덮였습니다. 천국의 영광을 노래하듯 한 세월 묻은 비들 사이로 기도와 찬양을 부르면서 지난 역사와 대화 하듯 내 자신을 꺼내 진솔한 대화를 건내 봅니다. 만리타국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 달려오신 선교사들 앞에 내게 그런 애국심과 조국 사랑의 믿음의 고백이 있을까? 우리는 조국 독립을 위해 일어났던 어린 소녀들의 외침 소리를 들으면서 독립 만세 탑을 둘러보고 '조아라 기념관', 전남 선교의 아버지로 불려지는 '유진벨 선교기념관'과 '오웬선교사의 기념관', 그리고 광주의 첫 장로이자 목사로 '오방 최흥종 목사의 기념관'들을 들려 1900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났습니다. 최 목사의 다섯 가지 '혈연과 혈연과 사적인 자아 확장의 죄에서 해방하여 초연 초탈한 공공성에 분명한 신앙인'이 되려고 했던 오방정신은 후세와 교회들의 신앙과 삶의 매뉴얼로 우리가 경성 해야 할 모범적인 기준이었습니다. 그들은 한결 같이 오로지 이 땅의 영혼 들을 주님의 마음으로 사랑하였습니다, 예수님이 하늘 영광을 포기하고 우릴 살리려 오신 그 사랑처럼 심지어는 본인 뿐이니라 가족들의 생활의 편리와 생명까지 이 땅에 헌신 한 것입니다. 선교사 묘역으로 향하는 오솔길에는 이 땅을 위하여 헌신한 선교사들의 이름이 기록된 징검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도저히 멀고 아득한 강 저녁을 향해 생명과 삶으로 징검다리가 되어 우리로 그 징검다리를 따라 생명의 천국으로 소망의 나라로 나아가게 해준 것이라 생각할 때 그 돌 계단 하나 하나를 밟는 마음은 너무나 떨리고 감사 했습니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 것 같은 선교사들의 이름과 오직 예수 믿는 다는 이유 하나로 목숨을 바친 순교자 공원이 묘역 옆에 있습니다.‘여기 그 위대한 그들의 이름이 있노라.’아니‘이름을 내가 결코 잊지 아니하리라’는 약속처럼 책으로 만났다 잊혀 진 거기 기록 된 이름을 천국 생명을 펼쳐 보는 감동을 받게 했습니다. 웨스터 민스터 사원보다 한국 땅에 묻히기를 소원하던 양화진의 그 감동이 자기를 상해한 자까지 용서하며 이 땅의 어둡고 배고프고 아파 고통 받던 이곳에 하나의 밀 알이 되어 이곳에 흐르고 있습니다. 광주천 시냇물이 흐르고 말없이 흐르듯이 벌써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저 남녘들을 적시고 이제 태평양을 통해 온 세상으로 향하듯 이제 빚진 자 우리의 사명과 자리를 돌아보게 합니다. 녹아내리는 눈이 양림리 터줏대감 400년 호랑가시 나무를 타고 햇살에 반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