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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내일을 준비하며
글쓴이 : 홈지기     날짜 : 18-08-18 17:46     조회 : 809    

다가올 내일을 준비하며

 

이동식

(무안읍교회)



100년 만에 찾아 왔다던 폭염을 잠재우려는 듯 간혹 불어오는 바람 속에 서늘한 기운은 가을로 계절을 넘겨주려는 사신처럼 반갑습니다. 아침 일찍 멀리서부터 가끔씩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데워진 대지를 식히며 산길로 흘러 불어옵니다. 산길 저 멀리서 건강한 웃음소리와 나누는 행복한 대화들이 다가옵니다. 벌써 부지런한 분들이 반환점에 모였다가 돌아오며 나누는 생기 넘치는 소리입니다. 몇 분들이 꾸준히 산길에 꽃을 심고 필요한 시설들을 갖추어 놓은 후로 요즘 들어 운동하는 사람들이 꽤 늘어 났습니다. 어색한 얼굴들이 이제 제법 반가워하는 이웃들로 바뀌었습니다. 나 역시 마주쳐 걸으며 당당하게 인사하며 지나갑니다. 아침 하늘에 하얀 구름이 솜털처럼 춤을 춥니다. 아직 남은 열기를 타고 날아오르는 고추잠자리는 다가올 계절을 알려주는 듯 먼저 하늘로 마중 나섰습니다. 여린 모를 내어 심었던 산 아래 들녘은 풍년을 기약하듯이 튼실한 모습으로 내일을 준비합니다. 우린 더위가 힘들어 피하려 피서를 선택합니다. 그러나 자연으로 부터 무더위 속에서도 다가올 계절에 내놓을 열매를 준비하며 더위를 활용하는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합니다. 하루는 길지만 한 주는 금방 지나가고 한 달도 금방 지나간다고 하면서 자신의 인생이 훌쩍 지나버렸다고 안타까워 합니다. 사실 우리의 인생 사, 살아가는 시간들 중 어느 한 순간도 쉬운 때가 없었습니다. 인생의 흔적이 되어버린 지나 온 과정들은 다가올 계절에 부끄럽지 않으려고 열매를 준비 합니다. 어려운 오늘의 여견 속에 내일을 향한 기회와 의미가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가끔 우리가 걷는 이 숲길을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분들이 문자를 보냅니다. “모일에 모여 길을 청소 하고 꽃을 심겠습니다. 참석 해 주시길 바랍니다.” 몇 차례 오는 문자를 받고 부담도 되었지만 어려운 시간을 내어 참석하고 함께 청소도 하며 서로 한마음으로 꽃도 심었습니다. 그 뒤로 부터는 길가에 심겨진 꽃들이 더욱 관심도 가고 수고한 분들을 만나도 당당해지는 저를 발견 했습니다. 만약에 핑계를 대어 참석하지 못했다면 아마도 수고한 분들을 아침마다 마주치기도 죄송해서 아마 그 길을 걷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피어난 꽃들도 덜 사랑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이 작은 잠시의 사건이 이후로 엄청난 영향을 줌을 실감하게 된 것입니다. 오늘이 비록 힘들어도 내일을 당당하고 내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려면 함께 할 소중한 기회라는 것을 생각하며 힘들다고 피하기보다 감사하며 주어진 그 자리로 달려가므로 당당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용광로에 부어버린 기름처럼 며칠 째 하늘 아궁이에서는 열기를 품어냅니다. 폭염에 녹아 처져 내린 호박잎 줄기 끝으로 목마른 두꺼비가 혀 내밀며 더위를 밀어 냅니다. 바짝 구워낸 비스켓처럼 아스팥트 바닥도 타이어를 녹이며 달궈져 버렸고 그믐날 밤 안방처럼 든든한 온돌이 되었습니다. 종일 힘을 쏟다 제 풀에 지친 태양은 결국 산모퉁이 뒤로 조용히 떠나갑니다. 며칠 전 베트남 다낭을 다녀 왔습니다. 베트남을 생각하면 우리에게는 월남전의 이야기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 당시 유행했던 대중가사에 등장한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의 이미지처럼 우리에겐 베트남은 월남이란 이름과 무더위와 정글로 더 익숙합니다. 월남은 월맹에 의해 통일된 나라로 지금은 베트남이라는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그래서 우리 민족과는 슬픈 역사적 관계를 가진 나라입니다. 지금은 국교가 회복 되고 여행이 자유화 되면서 많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 나라를 여행합니다. 베트남의 길쭉한 지도 중 중간정도에는 파월 장병들이 주둔했던 다낭이란 곳이 있고 거기에는 버블 마운틴이란 작은 산이 있습니다. 그 산에는 유명한 자연동굴이 있습니다. 물론 불교는 근본적으로 기독교적인 천국과 지옥의 개념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 동굴에는 대승불교적인 내용으로 만든 천국과 지옥을 표현한 조형물이 인생사를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동굴로 들어가는 길은 인생길처럼 가파르고 깊었습니다. 중간 쯤 들어가니 쉼터도 있고 넓은 광장 같은 공간이 있어서 삶의 현장 같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두 갈래로 길이 갈라지는데 하나는 아래로 동굴이 이어지고 하나는 위쪽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이른바 지옥으로 내려가는 길과 천국으로 올라가는 길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이 세상 피조물 중에 가장 강한 존재이면서도 연약한 존재가 사람입니다. 그래서 영웅호걸도 어느 누구라도 한번은 왔다가 떠나가는 나그네 길에서 어느 민족이나 어느 시대 사람이라도 다가올 내세는 두려움의 존재가 되고 또는 기대가 되는 기다림의 세계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불교적인 교리로 만들어 놓은 동굴의 스토리텔링을 기독교적인 차원에서 각색해서 이해해 보려고 시도 해보면서 인생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굴은 신비하고 기대가 되는 명소였습니다. 마치 우리 인생 또한 아름다운 길입니다. 그러나 그 길 끝자락에 머지않아 갈림길이 있습니다. 거기서 생명의 길 진리를 택한다면 약속의 미래가 열리고 영원한 상급이 주어지는 천국이 기다린다고 생각하니 기분 나빴던 우상의 현장에서 나의 인생길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내 기분 탓인지 동굴을 빠져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게 보였습니다. 동굴이 보여준 잠시 후에 다가올 끝이라는 날을 생각해보며 열매 맺는 가을을 준비하는 계기를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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