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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녘을 거닐면서
글쓴이 : 홈지기     날짜 : 26-09-25 12:11     조회 : 47    

가을 들녘을 거닐면서


얼굴을 스쳐 흘러가는 바람은 나그네의 마음 한 켠에 붉은 가을을 채워 놓았습니다. 허기진 삶으로 비어 있던 곳간에도 들녘이 건네온 선물들이 묵직한 풍요로 쌓여 갑니다. 햇살에 숙성된 깊은 향기를 품은 계절 투명하게 빛나는 화폭 위에는 남겨진 가을날의 사연이 한 땀 한 땀 그려져 가고 있습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 익어 붉어진 고백들, 가을은 이렇게 이쁘게 물들어 갑니다. 우리에게 계절이 바뀌고 하루가 지나가는 시간의 매카니즘이 진행 된다는 것은 인생을 돌아보고 살아가는 중요한 지혜를 얻게 합니다. 가을의 그동안 달려온 길의 보상을 받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을의 과원과 들녘에 익어가는 과일들과 알곡들에게서 그동안의 수고와 열정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동산에 올라가 산 아래를 바라보면 모두다 저마다의 열심히 살아온 훈장을 들고 서 잇는 듯 합니다. 황금빛 들판은 토실한 알곡들로 채워져서 그동안의 폭우와 폭염을 이긴 무용담을 하듯 빛나고 있습니다. 과수원마다 포도가 익어가고 감과 사과에 맛이 들어가고 어깨 무겁게 농부의 마음을 행복하게 합니다. 좀 빨리 달린 사람도 좀 뒤쳐진 사람도 모두 손에 손에 풍년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가을은 여유와 격려입니다. 마치 긴 레이스를 마친 마라토너들이 결승점에서 서로 격려하며 포옹하듯이 가을 들판은 모두를 위한 위로와 박수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쉽지만은 않은 인생길 묵묵히 걸어 온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 모여 가을을 풍성하게 이루어 놓은 것입니다. 우리는 벌써 가을 속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와 있습니다. 어느 새 마음마저 황금빛으로 물들어 버렸습니다. 우리 문단의 거목인 이미 고인이 된 박완서라는 여류 소설가의 마지막 유고 산문집 <세상에 예쁜 것>이란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인생의 황혼기, 여든 해 가까운 세월을 살아가며 삶의 가장 예뻤던 일을 적어 놓았습니다. 젊은 날의 치열함과 남편과 아들의 죽음의 고통 속 절규로 아파하던 그에게 다가온 인생의 가을인 노년에 그는 자유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는 책에서“더 이상 거칠게 욕망하거나 조급해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는 그동안 받았던 사랑을 기억하고 대신 일상의 소소한 풍경에서 삶의 진짜 가치를 발견한 것입니다. 가을이 우리에게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가을은 계절의 완성이며 인생의 열매를 완성하는 계절입니다. 우리에겐 겨울이라는 계절이 다가오지만 이 겨울을 살아가게 하는 성숙한 인격이 단단히 여무는 계절이 가을이기 때문입니다. 가을에는 모두 철학자가 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가을이 되면 무언가를 더 많이 움켜 쌓아 두었는가로 그 인생을 평가합니다. 그러나 성숙한 인생의 가을에는 여백 속에 여유와 소박하고 일상적인 행복이 배어 있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따뜻한 온기로 세월을 견뎌 낸 사랑의 기억, 그리고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들이 단단해지고 연마되어 보석처럼 찬란한 광채가 남은 인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과원의 꺾어진 가지와 휘어지고 찢어진 잎새들 속에서 더욱 진한 맛을 가진 열매를 맺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을 들녘으로> 반짝이는 황금 들판 위로 가을이 활짝 피었습니다. 하늘빛 내려 앉았던 그 자리, 영근 알곡들은 웃음꽃들로 채워 놓았습니다. 산 넘어온 바람 한줄기에 물결처럼 춤을 추며 햇살에 다려진 진한 향기는 들녘 따라 퍼져 갑니다, 들녘은 화려함으로 물드는 캠퍼스, 저마다 익어가는 빛으로 화폭 가득 가을을 채웠습니다. 바람을 따라 발걸음 늦추며 가을 속으로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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