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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불러주시던 고향집 어머님이 그리워집니다.
글쓴이 : 홈지기     날짜 : 18-05-24 11:20     조회 : 922    

이름을 불러주시던 고향집 어머님이 그리워집니다.

달궈진 대지가 온돌처럼 열기를 품어내는 들녘에 보릿대 태우는 내음이 마치 고향집 정지 아궁에 피어나던 연기를 기억나게 합니다.(淨地...깨끗한 곳이라는 부엌) 오랜만에 고향집에 들려 이미 사라져 버린 마음의 정지바라지(부억문)를 열고 들어섭니다. 가난한 시절 가족을 향한 정성과 사랑의 장소였던 정지에는 어머니의 행복한 정이 미소로 피어납니다. 엉성한 판재로 궤를 만들어 세웠던 찬장(饌欌)에 정갈하게 담겨져 있었던 찬그릇과 구멍 난 밥통에는 어머니 냄새가 납니다. 아궁이를 타고 들어가는 불은 덜 마른 보릿대로 연기가 자욱하여 눈물이 범벅이 되었지만 불땀을 세우시는 어머니의 부지깽이는 가족을 위한 퉁근보리밥에 화력을 발산 합니다. 저물어 가는 노을을 밀어내고 어둠이 몰려 올 때까지 마른하늘을 뚫어 어렵게 천수답 물을 잡아 못자리 모을 쪄 지게에 지고 들어오시는 아버지의 지친 발걸음에 묘한 힘이 넘쳐 보였습니다. 오랜 만에 고향을 찾았습니다. 오래 전 떠나가신 아버지와 그리워도 뵐 수 없는 어머니의 흔적들 위로 대형 트랙터가 지나가면 모내기 판을 만들고 이양기의 바쁜 손이 모를 심어갑니다. 이제는 그 흙 묻었던 어머니 사랑스런 손과 웃으시면 이만 하얗던 아버지의 구릿빛 얼굴을 닮은 아들이 아버지의 나이를 훌쩍 따라 어른 행세를 하며 거기에 서 있습니다. 우리들은 과거에 사용하던 언어와 인물, 추억이 담긴 물건이나 장소에를 만나면 그 시절의 일들이 타임캡슐처럼 생생하게 기억되어 떠오릅니다. 냉장고와  전기밥솥이 가스렌지가 어린 시절 추억을 지워버렸지만 해질녘 “밥 먹자” 하고 부르시던 마음에 각인 된 어머니 사랑이 이렇듯 소중하게 메아리처럼 울려옵니다. 고려인종이 왕으로 있던 때 정습명(鄭襲明)은 석죽화(石竹花)라는 한시에서 “(世愛牡丹紅 栽培滿院中 誰知荒草野 亦有好花叢 色透村塘月 香傳隴樹風 地偏公子少 矯態屬田翁)”  모란만 치켜세우는 풍조처럼 세상에 누리는 인기와 부귀, 영화, 권세를 자랑으로 삼아 그것만 제일인 줄 알고 살아가던 시대에 이름 없는 초라한 꽃 패랭이 꽃 같은 자신의 처지를 비유하여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달밤에 그리고 담 너머로 임금님을 향한 충정을 시로 임금에게 올렸습니다. 감탄한 임금은 그에게 옥당이라는 자리를 주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점점 발전하는 현대화와 풍요로워진 세상에 사람들은 모란만 바라보고 패랭이꽃은 잊어버리고 살아갑니다. 깊은 맛을 내는 것은 가벼운 페스트푸드의 현대화된 요리가 아니라 숙성된 장과 묵은 김치입니다. 잃어지고 지워버린 소중한 것들, 가슴이 기억하고 있는 숨은 추억의 냄새들, 몸이 기억하고 있는 추억의 감각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시대의 웃자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터전을 지켜내는 토종 야생화같은 수수함과 묵직한 감동이 우리 인생 안에 채워져 있습니다.
멀리 피어오르는 보릿대 타는 냄새와 하늘이 내려앉은 심겨진 어린모들 사이에 하얀 백로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습니다. 고향으로 향하는 뻥 뚫린 고속도로에는 경주하듯 자동차들이 달려갑니다. 잠시 머문 고향집이 가까워지는 휴게소에 사람들이 분주한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전국어디서라도 어디라도 하루 안에 일을 보고 얼마든지 돌아올 수 있는 편리한 시대입니다. 그러나 우리 삶이 너무나 서두르고 분주하게 살다보니 보배로운 것을 지나쳐 버리고 달려왔습니다. 가끔 외국 여행을 해보면 대부분 가득한 일정에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달리고 뛰고 여행을 합니다. 얼마 전 교회의 배려로 괌을 여행하여 한주 시간을 보냈습니다. 거긴 특별한 관광지도 없고 유적도 없는 곳 이었습니다. 그런데 거긴 해변의 휴양지가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모처럼 새로운 패턴의 여행을 경험했습니다. 늦잠도 자고 종일 물놀이도 해보고 실컷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기고 하고 체면을 버리고 뛰어다니던 여행이었습니다. 머물며, 쉬며, 보냈던 시간들이 돌이켜보면 분주하게 뛰어다닌 여행이 가지지 못한 매력과 깊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 곳 목표만 보며 뛰기만 하던 삶이 늘 긴장만 하던 생활이 마치 방전된 건전지처럼 느리고 여유로워 지면서 보지 못한 내 속의 내 참 모습이 보이고 울고 있던 나를 만나는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밤이 되어 샤워를 하고 딸이 챙겨온 발바닥 파스를 난생 처음 붙여보고는 그동안 분주하게 달려온 발에 대한 송구함과 감사도 찾아보았습니다. 운전자 없이도 운행하는 자율 운행 자동차가 곧 출시되고 수소나 전기자동차가 나오며 드론이 머리 위에 씽씽 날아다니는 시대에. 다시 먼지 나는 자갈시골길에 무거운 옛날식 녹슨 자전거를 타고 엉덩이 들고 힘주어 밟았던 페달을 밟던 운전감을 누려보고 싶습니다. 우리 지역에도 담양과 증도에 슬로우시티라는 관광지를 특화하고 있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온 길에서 놓치고 지나온 현대인들에게 고개를 돌려 여유를 찾아 삶의 흔적을 바라보게 해줍니다. 여름 들판가득 피어오르는 보릿대 타는 연기 냄새와 모낸 고향 동산 너머로 나를 부르시던 어머니의 음성이 들려오는듯하여 마음이 둥실 구름에 실려 행복한 노래를 불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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