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무는 하늘과 나눈 묵언록(默言錄)
마을 모퉁이에는 작은 동산이 있고 아랫 마을 도시로 향하는 길이 보이는 길가에 우뚝 선 작은 바위가 있습니다. 하루가 다가는 시간, 햇살에 데워져 따뜻해진 동산 평평한 바위 위에 앉았습니다. 오늘 따라 조그마한 바위가 참편하고 크게 여겨집니다. 저물며 산마루를 넘어가는 하루 해가 참 곱게 물들어 갑니다. 그리고 그 아래 하늘 빛을 머금은 나의 모습 역시 붉게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 작은 바위 누구나 무시하고 자나가는 작은 바위이지만 언젠가 부터 묵묵히 변함없이 마을 어귀 누구도 귀하다고 인정해주지 않지만 이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아마도 모르겠지만 과거 이 마을에 사람이 많이 살던 때가 아주 먼 옛날이 있었을 텐데 여기 이자리에 앉서아 누군가는 꿈을 키워 한양으로 떠났을 것이고 또 어떤 이는 가슴 깊은 그리움을 눈물로 삭이며 이 자리를 지켰을 것 같습니다. 검붉어진 구름은 각양의 형상을 만들어 나의 하루 길을 그려주는 것 같습니다. 붉게 물들은 하늘에 비친 나의 하룻 길, 오늘도 웃을 수 있었고 사랑하며 걸어 왔던 시간들과 무사히 하루를 마친 이 순간까지 모두 이렇듯 붉고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어두어져 가는 하늘에 마음을 열어 대화를 청해 봅니다. 하늘도 마치 수고한 나를 격려라도 하는 듯 더 넓으면서 포근하게 어두워져 갑니다. 이렇듯 마음에 감사를 품으니 이렇게 모든 것이 아름다운 것을 덧없이 지내버린 순간들이 아쉽습니다. 미워하고 독을 품은 악한 마음이 잠시라도 나를 주관할 순간에는 거칠어 졌던 언어와 행동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좋은 생각과 선한 마음을 가지고 지나온 시간은 주변이 친근해지고 가깝게 나눴습니다. 때론 이런 저런 걱정으로 불안이 마음에 차있을 때 짜증과 두려움과 절망적인 언어 였습니다. 지는 해에게 묻습니다. 너는 하루 좋았었냐고! 그러나 오늘 하루도 구름도 많았고 비도 내인 시간이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좋았을까? 그러지 못한 하루였지만 너의 황혼은 너무나 아름답구나. 우리 마음에 가득한 엉컹퀴와 가시들 그리고 서로 내 탓이라 원망하던 손가락질로 무거워진 어깨 위로 황금색 하늘 빛이 비추어 진다. 오늘은 작은 구도자가 되어 하늘과 대화를 청해봅니다. 돈이 있어야만 은행가와 마주 앉을 수 있을 터이고 나 역시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진 권력이란 것이 있어야 권세자들과 같이 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과 어울리려면 그 나라 언어를 할 줄 알아야 하며 강한 주먹이라도 있어야 깡패들이 알아 챙기듯이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나의 하루 길에서 황혼과 만나고 대화하는 것은 채널이 전무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그냥 나의 넋두리만 중얼거릴 뿐입니다. 혹시라도 나의 이 순수한 마음이 하늘을 감동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가져봅니다. 문방구에서 산 100원 짜리 고무줄 반지와 찢어진 색종이를 오려 만든 어색한 카네이션에 맞춤법까지 틀린 삐뚤어진 아들의 글씨 “아빠 사랑해요”감동스럽던 순간처럼 그저 어색한 고백을 담고 어설픈 방법으로 하늘과 하루에 대해 나눈 대화는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더 밝은 빛을 모아 적황색으로 떠나가는 하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혼잣말로 인사를 건네며 돌아섭니다. 지는 해와 같이 붉게 물 들은 내 마음을 모아 챙기고 내일을 기약하며 지친 황금빛 날개를 접습니다. 그리고 바위에 새겨 놓습니다. 오늘은 이 자리엔 내가 있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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