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의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이동식목사
무안읍교회
녹음이 짙어가는 산야와 가득한 아카시야 향을 시샘하며 여름을 재촉하는 단비가 내립니다. 목이 말라 거칠어진 대지의 가슴을 말없이 찾아와서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자연의 손길은 무딘 가슴을 어느새 생기 넘치는 원래의 심성으로 회복시켜 주고 있습니다. 생명의 비를 기다리며 갈급하던 황토골 대지에 심겨진 고구마 새순도 군기가 바짝 선 훈련병 같은 자세로 약속을 담고 가을을 향하여 우뚝 섰습니다. 여름비는 생명이고 약속의 에너지입니다. 마치 신랑을 위해 부끄럽고 수줍음으로 신방을 준비하는 신부처럼 어설프지만 상큼한 풋 내음 나는 여름을 맞이하게 합니다. 그리고 결실을 향하여 달려가는 징검다리입니다. 어린 시절 등에 가방을 메고 연필소리 딸랑거리는 소리에 맞추어 학교로 뛰어 가는 길에는 발목을 적실만한 실개천이 흐르고 징검다리가 있었습니다. 어린 우리가 손바닥만 한 돌들을 주어다 만든 열 칸 남짓한 올망졸망 앙증스러운 작고 어설픈 징검다리는 자칫 장난삼아 한눈이라도 팔면 물에 빠지기 일쑤였습니다. 어쩌다 소나기라도 내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노라면 그곳은 다리를 걷어붙인 우리들의 건설현장과 놀이터가 되었고 물놀이 삼아 만들어진 그 징검다리는 다음날 아침 학교로 향하던 급한 우리들의 소중한 지름길이었습니다. 얼마 전 가까운 곳에 열렸던 한 축제장에서 조경으로 만들어 놓은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새삼 징검다리라는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대형 도로들이 건설되면서 그 자리에 꼭 큰 다리들이 놓였고 걷기보다 탑승하는 문화로 인해 작은 시골 길 징검다리를 건너는 운치나 흔적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의 징검다리는 사이사이로 흘러내리는 맑은 물속에 다슬기며 송사리떼가 가득하였고 언제나 욕심 부리지 않는 자연과 인간의 가장 공평한 공생의 현장이었습니다. 코 흘리며 헤어진 천 조각을 덧대어 붙인 옷을 입고 까만 고무신을 신고 건넜던 그 실개천은 꿈꾸던 시절, 행복의 징검다리였습니다. 요즘 사노라면 가끔 막히고 끊어져 버린 인간관계와 삶의 현장을 만납니다. 철없던 시절 아무 사심 없이 작은 돌 몇 개 주어다 만들어 놓았던 징검다리가 그리워집니다. 마치 물속에 님의 몸에 물을 묻지 않게 하려고 한 없이 엎드려 등을 내미는 친구가 되어준 징검다리처럼 오늘 그 자리 내가 작은 징검다리가 되어 보고픈 마음입니다. 화려했던 복사꽃 진자리엔 손마디만한 복숭아가 폼 좋게 열렸습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의 계절에 빨갛게 앵두가 익어가고 뒷산에는 뻐꾹새 소리가 들립니다.
유명한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생을 논하면서 인생은 마치 알파벳 B(birth)로 시작하여 살다가 D(death)로 끝나는데 그 가운데 C(choice)를 통하여 지난다고 하였습니다. 세상엔 무슨 섭리이든 과정이 있습니다. 꽃이 피고 그곳에 맺힌 작은 흔적은 어느덧 열매의 모습을 갖추고 성장하며 익어갑니다. 다가오는 여름은 그 결실로 향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또한 작열하는 태양과 소나기는 성장을 위한 소중한 성장통이 될 것입니다. 사람은 이 땅에 태어나면서부터 크든 작든 수많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 누리며 살아갑니다. 선택은 미래를 결정하는 방향입니다. 하나 밖에 없는 인생길, 그 행복의 길을 걷기 위해 배우자나 직업, 그리고 삶 속의 최소한의 작은 것 하나라도 가치 있는 방향 선택을 통해 행복과 보람을 위해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과정의 C가 있다면 그것은 기회 선용입니다. 이른바 Chance를 놓치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해 오늘의 하는 일이나 또는 만나는 사람을 위해 선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 기회를 따라 더 중요한 변화(Change)를 가져야합니다. 마치 탈피를 해야 성장하는 바닷개나 갑각류 생물들처럼 오늘 옛사람의 옷을 벗읍시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고와 실천으로 변화된 삶을 사는 미래의 승리가 되어야겠습니다. 생각이 바뀌면 자신도 모르게 말이 바뀌고 그에 따른 행동이 바꿔집니다. 이는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C는 도전(Challenge)입니다.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선용하며 변화 하려는 도전의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이 세상에 가장 아름답고 꿈이 있는 사람은 당연히 도전하는 사람입니다. 도전하는 사람에게 인생의 마지막이 죽음(Death)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희망을 삶으로 향하는 꿈(Dream)입니다. 여름의 푸르름과 향기로움은 내일의 약속입니다. 마치 한 시인의 노래처럼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과정이 없는 결과는 없습니다. 오늘 내가 건너는 희망의 징검다리는 나의인생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내일을 향한 다리입니다. 농부는 말로 농사하지 않습니다. 오직 묵묵히 흙과 땀과 사랑의 손길로 씨앗을 대지의 가슴에 심습니다. 흙은 농부의 마음을 알기에 가슴을 열어주고 씨앗을 품습니다. 반팔 옷이 자연스러운 여름이 다가옵니다. 청보리밭이 황금알로 영글어가는 아름다운 계절, 희망의 징검다리로 다가오는 여름의 주인공이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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