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한 사랑의 군불을 지핍시다.
어느 덧 계절의 시간은 두꺼워지는 옷이 무겁거나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 계절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어느덧 매운 맛이 깊어진 고추처럼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는 매서운 찬바람은 온몸을 움츠리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불이나 따뜻한 곳으로 사람들을 모여들게 합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월동준비를 위해 사람들의 마음은 분주해집니다. 김장을 마치고 겨우내 지필 장작을 패서 쌓아둔 사람들이야 여유로움이 있지만 아직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체감되는 매서운 기온은 조급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어린 시절의 겨울은 눈이 참 많이 왔었습니다. 눈이 내려 쌓이던 날이면 동심은 온 세상을 놀이터로 삼았고 마냥 재미난 계절이었습니다. 굵은 대나무를 베어다가 직접 만든 어설픈 스키와 썰매를 타고 빙판으로 변한 마을 앞 깊을 명경(明鏡)처럼 반짝이게 온 종일 땀을 흘리며 놀다가 해가 넘어가면 지치고 온몸이 젖어 추워질 때면 급하게 집으로 돌아와 아랫목에 깔아 놓은 담요 속에 발을 쑥 넣으면 공기에 담아 담요 속에 묻어둔 밥그릇이 발에 걸리긴 했지만 정말 포근하고 따뜻했었습니다. 지금은 성장하고 발전하여 옛 정취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생각만하도 따뜻함이 느껴지고 행복한 시절이었습니다. 동네 어르신들을 위해 안 방 한가운데 준비했던 화롯불에 옹기종기 둘러앉아서 손을 내어 밀어 온기를 쬐던 장면은 추억으로 사라졌지만 그래도 역시 집보다 포근하고 따뜻한 곳은 없습니다. 두꺼운 이불 속에 형제들이 한 무더기가 되어 자던 작은방의 침투한 냉기와 식어진 온돌로 인해 몸을 뒤척일 때 자녀들을 위해 어느새 나가셨는지 어머니는 불을 지펴 방을 다시 따뜻하게 주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새벽 온돌방에 지피신 군불은 이른 새벽부터 사랑하는 자녀들을 향하신 마음으로 전하는 사랑의 체온이었습니다. 아무리 추워도 따뜻함이 있다면 그 따뜻한 곳에 내가 쉴 수 있다면 겨울도 행복한 계절입니다. 이러한 장소보다 더욱 중요한 대상이 있는데 따뜻한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반가워하면 밝은 표정, 따뜻한 말 한마디는 만나는 사람들의 긴장된 온몸을 풀어지게 하며 그 포근함은 마음에 찾아온 겨울을 이겨 나가게 하는 치료약입니다.
요즘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연탄으로 얼굴과 온몸에 범벅이 된 봉사자들이 추위 속에 지내는 이웃들에게 연탄을 나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그들의 사랑은 체온을 추위로부터 몸만 녹여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녹여주는 훈훈한 일입니다. 사막의 짐승들도 날씨가 추어지면 무리들이 서로 엉켜 체온을 나누면서 겨울 추위를 이깁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짐승은 얼어 죽습니다. 추어지는 날씨 속에 함께 있어 줄 좋은 이웃이 되어주고 시린 부분을 덮어줄 친구가 있다면 행복할 입니다.
날씨가 추어지면 사람들은 더 외로워집니다. 얼음장같이 냉기 나는 세상에 훈훈하고 사랑스런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들에게 지펴줄 사랑의 모닥불을 준비하여 따뜻한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며칠 전 첫눈이 내리던 날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목포에서 출발하여 제주도로 가는 커다란 배는 그 푸른 남해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갑니다. 육지와 멀어져서 이제 배에 사람들은 다같이 한 배를 탄 이유 때문에서인지 훨씬 더 가까운 친교를 나눌 수가 있었습니다. 제주도를 찾아가는 그들의 용건은 각각 다르겠지만 같은 목적지를 향해간다는 의미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단체손님들이어서 일행들과 무리를 지어 행복한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간혹 일행이 없이 혼자인 듯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는데 왠지 외롭게 보였습니다. 단체로 같이 온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재미있어 했지만 홀로 온자들은 바다를 바라보다가 괜히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이 쓸쓸히 느껴졌습니다. 드디어 배가 도착하고 배에서 내리자 그들을 마중 나온 가족들을 만남으로 그들은 금방 표정이 환해졌습니다. 역시 함께 있어줄 사람의 힘은 위대합니다.
선상에서 귀한 분이 제게 “목사님 불씨가 되십시오” 그땐 가볍게 듣고 넘겼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참 깊이 있고 의미 있는 말이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시리고 쓸쓸해진 영혼들을 향하여 불씨가 되어 여기저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생명의 불을 붙여주는 일을 힘쓰라는 것 같았습니다. 이 사랑의 불씨를 식어진 방을 따뜻하게 하는 군불을 때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어사전에 “군불은 음식물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 아니고 방을 덥게 하려는 목적으로 때는 것이라” 합니다. 쌀쌀해져서 마음이 허전해진 이웃들에게 마음에 따뜻한 생명의 불씨를 붙여서 사랑의 군불을 지펴주므로 포근하고 따뜻한 방을 선물합시다..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계절 오랜만에 창가에 앉아 겨울을 바라봅니다. 머그컵 위로 실구름이 춤추듯 올라가는 짙은 커피향기를 음미하며 사랑스런 얘기 한줄 나누면서 커피 한잔 같이 하실 누구 안계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