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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르는 가을의 노래
글쓴이 : 홈지기     날짜 : 08-10-31 13:34     조회 : 790    

내가 부르는 가을의 노래

이동식목사(무안읍교회)

얼굴을 스치며 가슴으로 파고드는 가을바람은 익혀져가는 겨울 맛을 품고 있습니다. 오랜 가뭄은 온 산야의 잎새들의 목이 타게 하더니만 결국 억지로 단풍산을 만들어놓았습니다. 물든 단풍과의 화려한 만남을 기다리며 설레임으로 많은 사람들은 관광버스엔 몸을 실었지만 이미 물들어버린 가슴을 품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덩달아 샘이 난 마음을 달래려고 나의 동산에 올라갑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단풍의 계절답게 어느새 화려한 대례복과 화관을 차려입은 동산은 여전히 그 품속 공간 속으로 나를 여느 때 처럼 맞아 주었습니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조용한 산 속에 급하게 벗어 놓은 낙엽들은 바람 결에 자유롭게 날리며 꽤 두껍게 모여 단풍잎 카펫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나는 불란서의 레미 드 구르몽의 불후의 명작인 '낙엽 [落葉]'을 읊으면서 시인이 되어 조심스럽게 그 길을 걸어봅니다.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 ... ...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산 등선을 따라 흐르는 바람 소리와 부석거리는 발자국 소리로 나는 숲이 되어 발을 낙엽 위에 옮겨봅니다. 이미 산이 되어 버린 나의 발자국 소리는 고요를 채우며 나의 존재를 알리고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누구나 예술가가 되는가 봅니다. 가을에 부르는 음악은 맛이 다르고 멋이 다르고 의미가 달라집니다. 가을의 찬송은 더욱 깊은 마음의 감동이 실리는 것 같습니다. 금번 기독교호남신문사에서 개최한 제9회 찬양 중창 경연대회는 정말 은혜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온전히 하나님을 향해드려진 하나님을 찬양하는 음악예배이었습니다. 마치 천상의 희열과 기쁨이 넘치는 폭발 직전의 행복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문화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행복한 능력을 체험합니다. 종교개혁자 죤 칼빈은 문화에 대하여 말하면서 문화를 통해 우리의 신앙을 표출되도록 요구했습니다. 음악가는 음악으로 미술가는 그림으로 시인은 글로 찬양하듯이 오늘 우리도 예술가가 되어 이 아름다운 가을을 주신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습니다. 여기 저기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어머 벌써 가을이네요" 라고 말합니다. 며칠 전 역사를 연구하는 귀한 분들의 모임에서 대화 도중 '왜 나이가 먹으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까요?' 하는 대화 중 "나이와 우리의 기억력 관계에서의 '기억상실'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선지 금방한 일도 생각이 안나지요 금방 한일도 쉽게 잃어버리기에 시간이 금방 가는 것 같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제법 공감이 가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술가들은 이처럼 지나가는 시간과 감정을 붙잡아 매는 재주가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고장에서는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지역의 예술가들이 일년동안 작업한 작품들을 나누는 전시회가 열립니다. 저는 지난 주 이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기둥같은 먹을 벼루에 갈고 갈면서 인생을 배운다는 서예가들의 힘이 넘치는 작품들과 시인들의 아름다운 시화와 사진작가들의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은 아마 그 시간들을 그림으로 글로 사진으로 붙잡아 놓은 듯 했습니다. 소박한 이 전시회장 한 켠에 눈에 띄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두꺼운 널빤지를 화폭 삼은 이 시화의 제목은 「다녀 가셨다」시인 손수진님의 작품이었습니다.


「다녀 가셨다」

                  손 수진

 아침에 나가보니 
마당 귀퉁이에 놓아둔 작은 함지박에 꽃이 피었다 
어젯밤
개도 짓지 않는 쓸쓸한 밤
뜰 가득 달빛 서성이는가 싶었는데
내 집 마당에 누가 다녀 가셨다
간혹 풀벌레만 혼자 울다 가는
가난한 뜰에
수련 한송이 환하게 피워 놓고 . 


저는 이 짦은 시를 읽으면서 지난 밤 동안 내 인생의 마당에 찾아오셔서 나를 행복하고 기쁘게 해 주시려고 간밤동안 잠든 내가 깨어날 까봐 발꿈치를 들고 꽃을 피워주신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작가의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관람자의 마음은 마냥 행복한 신앙고백이었습니다. 마치 한 권을 소설을 한밤을 세워 다 읽고 저린 발을 풀면서 행복하게 기지개를 편 듯한 묘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냥 흘러가는 자연의 이치여서 아무도 느끼지 못하지만 아마 시인은 그 손길을 아니 자신의 인생의 마당에 다녀가신 그 분을 만나고 있는 듯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그러나 나의 삶의 가장 중요한 공간 속에는 그 분의 사랑의 손길과 숨결로 가득 찬 오늘 낙엽 위에 내딛는 발자국 소리는 점점 크게 들려 산을 울려옵니다. 그렇지! 내 인생의 뜨락에 지난 밤 나를 위해 이런 공간을 만들어주신 하나님을 찬양해야지. 오늘 인생의 뜨락 울밖에 서서 자애롭고 따뜻하게 나를 지켜보시는 그 분이 들으시도록 노래를 부릅니다.

가을 산에서 만난 계절은 깊어 가고 있습니다. 고급스럽고 화려하지는 못해도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 되어 하나님의 주신 예술의 숲에 콘서트 여행을 떠나봅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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