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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계절의 열매를 손에 들고서
글쓴이 : 홈지기     날짜 : 08-10-06 15:34     조회 : 665    

지난 계절의 열매를 손에 들고서

이동식목사(무안읍교회)

 

온 세상이 풍요로운 가을의 향기로 가득합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풍년든 들판은 마치 처음 찾아간 이발소에서 하얀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사각 사각 들려 올 이발사의 가윗소리를 기다리는 초조한 소년의 마음처럼 추수의 기쁨을 앞둔 황금빛이 반사된 농부의 구릿빛 얼굴에는 자랑스런 뿌듯한 미소가 넘치고 설레임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가을은 사람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듭니다. 들녘의 풍요로움으로 마음이 넉넉하련만 가끔 가을바람 속에 묻혀져 실려 온 겨울의 찬 기운이 아마 한해의 마지막 자락을 생각하게하고 종종거리는 발걸음으로 달려 다니게 만듭니다. 고추잠자리가 하늘에 가득하고 끝이 안 보이게 한껏 높아진 가을 하늘은 “가을 하늘 공활하고 높고 구름이 없이” 애국가 3절의 가사처럼 청자 빛으로 아름답습니다. 하늘가에는 언제 그려놓고 숨어 버렸는지 기다랗게 비행기구름 만이 하늘을 다 차지하고 주인이 되어 있습니다. 

가을엔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 사람이 그리워지고 지난날이 생각나면서 마음에 숨어있다  고개를  내민 청춘의 마음은 오랜만에 사춘기 소년으로 돌아가 쌀쌀해지는 기온으로 식혀진 마음과 주변을 포근하게 채우며 보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라 그리움 속에 추억의 동산으로 달려갑니다. 책이 필요해서 어디엔가 본 기억을 살려 집안 곳곳 책들을 찾아 뒤적이다 오래 전 옛날 학창시절 때 보았던 책들 무더기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책속에 꼽혀있었던 20여년 전의 추억의 메모와 그 때의 발행된 교단의 신문을 발견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 신문에 등장한 대부분의 목사님들이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20년이 이렇게 긴 시간이란 말인가? 그때 열강 하시던 교수님의 모습이 생생한데 그리고 교단의 어르신으로 앞장섰던 그분들의 격려가 귓가에 맴도는데 이제 빛바랜 세월의 흔적 속에서 만날 수 있다니 마음이 허전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20년 전의 그 신문의 활자와 광고 그리고 편집방법들이 참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이렇듯 빠르게 변하며 달려온 오늘이란 역사가 새삼스럽기만 합니다. 며칠 전 존경하는 교수님이 쓰신 “자서전의 영성”이란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역사학자이신 그분의 해안은 눈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후학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자동차 운전수가 바로 앞을 바라보며 현재의 도로상황을 잘 살펴야 되지만 앞으로 달려 나갈 목적지를 생각하며 멀리를 바라봐야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달려온 나의 땀과 눈물 그리고 나의 삶의 채취가 묻어 있는 나의 분신 같았던 달려온 정든 길을 너무 가볍게 여기고 쉽게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지 않는지 못내 아쉽기만 하였습니다. 사실 비전을 품고 달려갈 길은 내가 여기까지 달려온 삶이 재산이며 밑거름이 되었을 것인데 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지나간 길에 무엇인가 흔적을 남기고 지나갑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다녀온 관광지 나무나 바위에 이름을 새겨 놓아서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도 합니다. 아마 우리 인간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기억하고픔 욕망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고 표시해두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이제 내가 달려온 과거의 내가 주인공이 되어 달려온 나의 삶을 내가 객관적인 자리에서 영적이 열린 마음을 품고 자신만의 감동과 감격을 가지고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를 삼아 우리 영적인 깊은 영성을 발견하는 것은 삶의 큰 기쁨이라 생각합니다. 농부는 추수한 열매를 붙들고 감격하면서 지난날의 흔적이요 결과인 열매 속에 지난 1년의 시간과 사건을 생각해 냅니다. 모판에 모를 내며 설레 이던 시간들을, 폭풍 속에 보낸 시련의 시간들을, 가뭄으로 가슴까지 타는 안타까움 속에 갈급했던 시간들의 사건들이 손에 든 가을의 선물인 열매 속에 타임머신의 정보처럼 농부는 그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자기가 슨 지난 일기 한 줄 속에서 아니 지난날 쓰던 물건 하나 속에 나만이 느끼는 색다른 감격처럼 가을은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주시는 일년동안 나의 삶의 타임머신같은 정보의 선물입니다. 열매를 손에 들고 가을은 반성과 책임을 생각하게 합니다. 적어도 내가 맺은 열매에 대한 책임이 내게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목회자들은 선배를 깍듯이 존경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일본목회자 선배들은 훨씬 더 많은 노력과 공부로 그만큼 실력이 앞서기에 때문이라 합니다.

급속히 바뀌는 사회의 변화 속에서 각종 문화와 현대 문물이 젊은이들에게 유리하게 개발되어 가지만 삶의 경험자로 그리고 존경스런 인격으로 열매를 맺는 가을이 되어야합니다.

그 유명한 어거스틴은 참회록을 통해 자신의 깊은 영적인 고백을 털어놓았습니다. 그것은 다른 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며 동일한 경험을 체험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지나온 자신의 삶을 기록이나 결과로 주어진 오늘의 열매는 크나큰 삶의 재산입니다. 풍요로운 가을의 선물 앞에서 우리들의 손에 들려진 가을의 선물 앞에서 지난시간의 감사와 감격의 행복을 누려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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