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 품속, 마음의 고향으로
풍요로운 가을의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맺혀진 열매마다 깊은 맛을 더하면서 과원을 데웠던 작열하던 태양은 깊고 파아란 하늘 뒤로 숨어 버렸습니다. 금방이라도 누군가가 타고 우리앞으로 달려올 것만 같은 살아있는 솜사탕 구름은 청자 빛을 하늘을 배경으로 선한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앞 유리 스크린에 그려지는 하늘을 감상하며 오랜만에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은 잠자던 세포들을 깨워 일어나게 하며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의 추억의 동산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방학을 하고 휴가철을 맞아 떠나는 여행이나 모임의 대부분은 부모님을 배제한 여행들입니다. 그러나 고향을 찾아 나서면 거기에 부모님이 계시고 옛 추억이 있어서 항상 새롭고 흥분됩니다. 마음이 먼저 달려간 고향의 언덕과 멱을 감으며 물고기를 잡았던 동구박 시냇가 그리고 거기 시원한 물 속에 담가두었던 수박을 쪼개 입술이 얼얼해지도록 행복했던 고향의 동산이 멀리서 보이기 시작하노라면 구정물과 땀이 범벅이 되어 몰려 다니던 초동의 친구들의 떠오르는 얼굴엔 금방 까르르 웃음소리가 들려 옵니다.
그러나 그런 아련한 추억보다 가슴을 찡하게 오늘도 우리를 붙잡는 한분, 변함 없이 우릴 기다리시는 어머님이 계시기에 오늘도 우리는 고향으로 달려갑니다.
학교가 끝난 방과후가 되기 무섭게 풀을 뜯어 토끼에게 넣어주고 소 풀을 먹이고 나면 땀으로 뒤범벅이 된 나에게 어머니께서는 등목을 시켜주시며 어느 새 커다란 그릇에 듬뿍 담긴 밥과 새큼한 김치를 차려 놓으신 밥상을 내미십니다. 비록 그 시절 알콩의 모습 그대로인 된장에 고추를 찍어먹으면서 그리고 커질 대로 커진 보리밥그릇이지만 그 속에 깃든 어머니의 사랑은 어머니와 고향에서만 누리던 행복이었습니다. 아마 어머니 손에는 특별한 맛을 내는 조미료가 있으신 모양입니다. 벌레가 먹어 숭숭 뚫린 푸성귀 몇 잎을 투박해진 손으로 특별한 양념도 없이 주물러 무쳐내시지만 이 맛을 무엇으로 표현 할 수 있을까? 이제는 다시 만나기 힘든 귀한 맛이 되고 말았습니다.
"뭐하려 또 왔어? 바쁠 텐데 안 와도 되는데 바쁜 사람들이... 이 늙은이가 얼른 죽어야 하는데 미안하구만" 늘 녹음기 틀어 놓듯 반복하시는 레파토리이지만 그 소리를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들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콧등이 찡합니다.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에 농촌의 가정에 시집오셔서 평생을 가정적이지 못한 남편으로 인해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시고 거의 혼자 온 가족과 형제들의 가사까지 책임지시기 위해 안 해본 직업, 안 해본 장사가 없으시면서도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안 보이시고 늘 자녀들에게는 자존심 상하지 않게 하려고 한결 같이 담대하셨던 어머니가 몇해 전 몸이 안 좋아 연락이 왔습니다. 항상 안 아프시다고 괜찮다고만 하시던 어른이 아프시다고 할 정도라면, 놀라서 급한 마음으로 달려가 보니 이미 심한 통증과 고통스런 모습으로 실신상태에 놓여 계셨고 어머니를 업고 차에 모신 후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의식이 돌아오셔서는 자식 등에 업힌 것이 미안하셨던지 부끄러워하시던 모습을 뵈면서 그동안 편하게 모셔 드리지 못하고 사랑한다고 표현하지도 못하고 깊은 관심을 쏟지 못한 죄송함에 가슴이 매여졌습니다.
그리고 긴박하게 응급실과 중환자실로 후송되시면서 힘든 치료를 하시고 이제 많이 회복되어 자녀들이 준비해 놓은 식사를 차려 드시는 정도는 되셨습니다.
이번 어머님 집에 가면 오늘은 한번 어머님께 꼭 말씀드리고 싶어집니다.
'어머니 감사하다고요. 그리고 저는 어머니를 제일 존경하고 정말 사랑한다고요.'
어머니께서는 예수님을 믿으신 후 새벽마다 기도하시려 교회를 찾으셨습니다. 새벽마다 어머니의 빠짐 없는 기도의 주제는 무엇이었을까? 그분의 기도제목은 거창하게 조국과 민족을 우위한 기도보다 새벽을 깨우고 기도하려 가신 가장 최고의 목적인 기도제목이 자식인 우리를 위한 기도였음을 의심할 바가 없습니다. 고향으로 향하면서 기도합니다. "하나님 그분의 아들이 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겐 이런 휼륭하시고 자랑한말한 참 하나님의 가슴을 품으신 어머님을 선물로 주시고 그 분으로 인해 하나님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어머님은 가장 강한 분이셨고 가장 약한 분이셨습니다.
요즘 저는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쳐다봅니다. 혹시 병중에 계신 어머님한테 무슨 소식이라도 올까봐서, 그래서 가끔 전화를 드리면서 묻는 말이 '별일 없으신가' 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어머님 뭐 하고 싶으신 일 있으신지요" 라고 한번 여쭤보고 싶어집니다.
어머니 몸 속에서 일년 가까이 살았고 내 인생의 시작을 그분 안에서 시작했으며 그분과 함께 지금껏 살아왔지만 아직도 어머님의 진심을 모르는 무심한 자식을 한번도 나무라지 않으시고 도리어 당신의 피와 땀으로 그리고 눈물과 사랑으로 헌신해주신 어머니께서 돌아 가실까봐 걱정입니다. 물론 천국으로 돌아가시겠지만 어리석은 아들이 어머니의 가르침과 관심과 기도 없이 살아갈 수 있을지 두려워지기 때문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번 여름 어머님의 땀 냄새를 맡으며 심장소리를 들으며 품속에 한번 안겨서 잠들고 싶습니다. 틀림없이 행복한 천국의 주인공이 되어 어머님과 손을 잡고 거니는 꿈을 꿀 것만 같습니다.
이번 휴가는 어머님의 마음 속으로 떠나고 싶습니다. "어머님 오래 오래 사십시오.
어머님의 생각 속에 제가 가득하고 어머님의 행복의 기준은 이미 나로 인해 정해졌습니다. "어머님 정말 사랑합니다. 당신의 전부처럼 여기시는 이 아들의 인생 길속에 행복할 때도 지칠 때도 언제든지 제 마음의 고향이신 당신에게 달려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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