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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잎 사이로 바람은 불고
글쓴이 : 홈지기     날짜 : 08-06-21 09:49     조회 : 659    

솔잎 사이로  바람은 불고
이동식목사(무안읍교회)


나지막하게 수줍은 듯 노래하며 흐르는 계곡의 맑은 물소리는 이름 모를 산새들이 부르는 사랑의 노래와 합창하며 초여름 더위 속에 시원한 유혹으로 우리를 부릅니다. 얼마 전 존경하는 분들과 함께 우리 남녘에 감춘 보물같은 명산 중 하나인 천관산을 찾습니다. 억새로 뒤덮혀 바람에 물결치는 가을이 유명한 산이지만 짙은 녹음을 배경으로 삼아 방향마다 다른 얼굴과 표정으로 다가오며 조각전을 여는 기암괴석은 여름이 주는 선물이었습니다. 밀림같이 우거진 가지 밑으로 흐르는 냉각된 바람은 생에 지친 가슴 속까지 시원스럽게 씻어주며 새 힘을 공급해 줍니다.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기분이 좋아져서 감격에 찬 마음으로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몸속 더 깊이까지 신선한 산소를 마시기 위해 심호흡을 하며 내려오는 길에 앙증맞은 돌다리 옆, 노송 앞에 발을 멈췄습니다. 마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다 그려 넣은 화가가 마지막 굵은 붓을 들어 짙은 물감을 흠뻑 묻혀 서명이라도 한 듯 위엄 있고 힘 있게 우뚝 솟아 서있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수령을 알 수 없으나 약850년 쯤 된 노송은 이 산의 중심이 여기라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마치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 일세" 애국가 가사처럼 소나무 등껍질은 마치 세월의 흔적을 애기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잠시 동안 소나무의 매니아가 되어서 그 소나무를 만난 감동으로 행복했습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전반에 분포되어 있으며 가는 곳마다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친한 나무입니다. 아마 군마다 시마다 학교마다 그 상징하는 나무를 정해 군목으로 시목으로 교목으로 정하듯이 누가 정하지는 않았어도 소나무는 우리들의 정신과 생활의 동반자로 우리 민족 역사와 함께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생하는 소나무를 조사하여 종류별로 분류한 일본의 식물학자 ‘우에끼’에 의하면 산송형이라 부르는 동북형은 대표적인 소나무로서 줄기가 굵으며 수관이 달걀모양이며 금강형은 줄기가 곧고 가지가 가늘고 수관이 좋은 소나무입니다. 그리고 가지가 옆으로 많이 퍼지는 중남부 평지형과 신장성장이 늦은 위봉형과 수관이 평평하고 줄기가 굽은 안간형등이 한반도에 자생한다고 합니다. 이렇듯 소나무는 지역마다 그 종류가 다르고 크기와 모양이 다르지만 그 모든 소나무는 우리 민족성을 닮았으며 깊은 전통적 의미를 가진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난 번 우리나라 국보 제1호 숭례문이 소실되었을 때 그 복원을 계획하던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소나무 재목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동부산림청에서 그 숭례문복원에 쓸 둘레가 60cm이상 되는 금강소나무 600여 그루를 찾아냈다는 보도가 있어서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우리 전통 주택인 한옥은 우리 소나무를 재목으로 써야 바르게 지을 수가 있다고 합니다. 한옥의 대표적인 버선코 같은 추녀의 곡선은 흥미롭게도 소나무의 성장과정에서 생기는 휘어짐을 응용하여 지었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 고려시대 고건물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외국소나무를 사용하여 추녀를 만들었는데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러지고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산은 적당한 경사가 있어서 처음 지표면에서 30-40cm휘어져 자라다가 곧바로 자라기에 강한 골프채같은 모양으로 성장합니다. 그래서 처마의 그 끝이 살짝 멋지게 올라가는 디자인도 또 추녀에 모아지는 지붕의 하중도 다 견디어 낼 수 있도록 견고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소나무는 민족의 지혜와 정서를 품은 상징으로 우리의 삶과 함께 했습니다.
소나무로 지은 집은 숲속의 자연을 우리 삶 속에 옮겨 놓은 것과 같습니다. 소나무는 한국인을 닮았습니다. 소나무는 늘 푸르름의 상징이며 가볍지 않으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상록수로서 변함없는 기상을 가졌습니다.  또한 우리 조상들은 이름이나 호(號) 그리고 정자나 동명에 소나무 송(松)자를 많이 사용하므로 소나무의 가치를 인정 했습니다. 소나무는 민족 문화의 상징입니다. 마치 유럽은 ‘오크(oak)’문화가 중동지역은 '올리브(olive)'문화가 대표적인 문화의 상징인 것처럼 말입니다.
소나무란 솔과 나무의 합성어로 우두머리 라는 뜻의 수리에서 술로 그리고 솔로 변천하면서 소중히 여겨졌던 나무였습니다.
 솔을 즐겨 그렸다는 남종화의 대가 南農 허건선생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나무 그림에는 솔바람 소리가 난다고 합니다. 일송정에서 민족독립의 의지를 세웠던 독립투사들과 같이 오늘 푸르름으로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그늘을 만들어주는 사랑스러운 고마운 솔바람에 가슴을 시원히 식혀봅니다. 소나무여! 소나무여! 변하지 않는 내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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