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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방낙조에서 시간을 만나다.
글쓴이 : 홈지기     날짜 : 09-11-22 23:39     조회 : 737    

세방낙조에서 시간을 만나다.

이동식목사
(무안읍교회)

한 해의 끝자락으로 이끄는 세월의 자석은 매운 쌀쌀함의 정체를 감춘 겨울비로 살짝 찾아와 우리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듭니다.
사람이 있어 우리는 그 속으로 향하고 그 곳으로 향하면 추억을 만납니다. 지인들과 함께 세월을 거슬러 20여 년 전 철없던 그 시간 속으로 운전대를 향하였고 어느 새 마음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철없고 어설프던 젊은 시절 목회지, 그러나 오직 무지를 담은 열정으로 무섭게 달려들었던 부끄러운 현장인지라 아무도 모르게 살짝 지나치며 보기만 하려 마음으로 찾아갔습니다. 머릿돌만한 자갈이 깔려있던 먼지투성이 좁은 신작로는 나를 환영하는 듯 시원스레 포장되어 있습니다. 한참을 달려가니 익숙했던 산들이 다가오고 저 멀리 초등학교 건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직도 폐교가 되지 않았을까? 아담한  교정에는 국기가 펄럭이고 운동장도 제법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드디어 우뚝 솟아있는 조그마한 예배당의 십자가 앞에 차를 세웠습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누가 볼세라 첩보원처럼 살금살금 옛 흔적을 찾아 마음의 추억들로 가득한 예배당에 들어갔습니다. 새 예배당을 건축하여 이사를 가버린 텅 빈 예배당엔 석회를 뿌려놓은 듯 하얀 먼지가 수줍은 듯 추억을 가리고 서 있습니다. 밤을 세워가며 기도를 드리고 목이 터져라 찬양을 부르며 예배를 드리던 은혜의 공간,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바닷가 바람이 먼저 알려준 겨울소식에 성탄절장식을 십자가에 높이 달아놓고 학예회 수준이지만 한 달이 넘게 밤마다 준비한 섬마을의 겨울은 행복했었습니다. 금방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찬송소리가 들려오고 낡은 풍금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은 그 곳엔 정적만이 흘렸습니다, 마룻바닥에 누비방석을 깔아놓고 예배드리던 그 넓었던 예배당이 양손을 벌려보니 곧 닿을 것만 같습니다. 나이든 노인의 키처럼 세월과 함께 줄어버렸네! 농담을 건물에게 한마디를 던져봅니다. 예배당 강단 뒤에 달린 조그마한 사택. 첫애를 낳아 기르면서 행복했던 여러 일들이 금방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지는 착각으로 둘러봅니다.
아무도 모르게 투명 타임머신을 타고 추억으로 돌아갔던 갔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조심스레 그곳을 빠져나와 셋방낙조로 유명한 인근의 해변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올망졸망 흩어진 섬들 사이로 넘어가는 태양이 위로는 하늘을 물들이고 섬들을 불태우고 바닷물에 금빛비단을 펼쳐놓듯 아름답다는 그곳에 도착한 시간은 아직 한 낮 넘어가는 해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보다 넘어가는 태양이 만들어낼 장관을 상상하는 재미는 직접 눈으로 보는 감격보다 의미가 있었습니다.
저 섬들 사이로 해가 떨어지려나, 아님 저 바위섬 앞에 걸쳐지려나, 붉은 빛으로 나타나려나? 아님 황금빛을 보석처럼 비춰줄려나? 머릿속엔 어느 덧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찬란히 떠오르는 새 아침의 태양보다 산 그림자를 끌고 가는 해넘이가 아름답다는 그곳에서 인생의 시간을 만나 봅니다. 하늘 높이 위용을 자랑하고 소망 가운데 떠오르면 열기와 빛을 발하던 그 태양이 쇠하여지더니 노을이 되고, 마지막 있는 힘을 몰아쉬며 하늘을 물들이듯 인생의 황혼을 아름답게 살고 싶다는 철학적인 생각에 사로 잡힙니다.
지난 날 20여 년 전 피 끓던 젊음의 체온이 아직 남아 있을 것만 같은 그 땅에 서서, 땅 끝이라도 순종하겠다고 달려 왔던 그 땅의 자연은 어느 새 백발이 성성하여 이제는 까만 염색약으로 위장을 해야만 되는 머리를 쓰고 선 초라한 나그네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주는 것만 같습니다.
해안도로를 돌아 그곳을 떠나오는 바닷가 길옆에 고기잡이하던 부부의 외딴집이 보였습니다. 20년 전! 지친 모습의 어부였던 그들에게 찾아가 복음을 전하였는데 그분이 이젠 교회의 기둥집사가 되어 떠나버린 어촌과 교회를 지키며 섬긴다는 소리에 뿌듯한 보람이 생겨납니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곳 없네!” 선인의 노래를 나의 노래인양 외우며 머릿 속에 생각으로 꺼내어 만난 소중한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다시 그 땅에 조용히 내려놓고 아쉬움을 품고 발길을 돌려 현실로 돌아옵니다. 이제 나는 어디로 가서 또 누구를 만나서 어떤 흔적을 남기며 남은시간을 채워갈 것인지? 해피엔딩으로 아름다운 인생의 드라마를 마무리하기 위하여 신비한 설렘으로 발걸음에 다시 힘을 주어봅니다. 한해를 마무리 하는 저물어가는 시간 위에서 머릿속 상상으로 보았던 세방낙조의 명성처럼 화려한 퇴장을 준비해봅니다.


김형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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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목사님! 글 감상 잘하고 퇴장합니다.아멘! 09-11-26 22:12
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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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생각이 납니다^**^ 09-12-1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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