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는 희망의 화살처럼
이 동 식
(무안읍교회담임목사 )
시간의 비행은 쉼 없이 날아올라 여름의 상공을 날아갑니다. 마치 쏜 살이 과녁을 향해 쉼 없이 날아가듯 갖가지 사연을 담은 채 한해의 절반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집 뒤에는 남산이란 이름의 낮으면서도 마치 친구같이 다정스런 산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찬양을 부르며 새로운 마음을 찾기 위해 기도하며 오른 여름 산행 길엔 선물을 들고 달려나와 환영이라도 하듯 등나무꽃의 아름다움과 향기가 마치 신랑을 향해 보랏빛 등으로 환하게 밝혀놓고 수줍음의 향기로 가득 채운 신방의 신부처럼 날 기다립니다. 등꽃의 아름다움과 향기에 취하여 쉬는데 산 아래 내가 살고 있는 삶의 흔적들이 펼쳐집니다.
여긴 이렇게 아름다운 향기로 가득하여 좋기만 한데, 욕심과 미움 그리고 갈등으로 가득 찬 도시의 빌딩 숲에는 사랑을 말하면서 분쟁을 키워지고, 한마음의 공동체 안에 까지 반목으로 인한 고함소리와 등을 돌린 배신이 도사리고, 우렁차게 들려오는 평화 찬가의 반주 속에 숫돌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하기도 합니다. 금방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은 긴장감 속에 문득 등나무 아래 떠오르는 단어가 갈등(葛藤)입니다.
갈등은 칡나무의 ‘갈’(葛)자와 등나무의 ‘등’(藤)자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둘은 꽃도 비슷하고 성장 성격도 비슷한 공통점을 가진 가까운 사이입니다. 그러나 어느 산이든지 둘은 공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들은 쉼 없는 분쟁을 일으킵니다. 이유인 즉 등나무가 세력이 강하면 칡이 살지 못하고, 칡이 번성하면 등나무가 밀리기에, 끝이 없는, 대립과 양보가 없는 밀어내고 밀려나는 악순환 구조를 갈등(葛藤)이라 합니다. 여기서 더 쉴까, 산을 오를까하는 갈등하는 등나무 벤치 맞은편에 ‘숭덕정’이란 활터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입니다. 아마 지금 활을 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 모든 갈등들을 화살에 담아 저멀리 자유롭게 날려 보내고 활시위를 놓듯이 갈등덩어리 까지 다 내려놓고 자유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잠겨 봅니다. 오래 전, 아는 분(김용한님)께서 그 곳 ‘숭덕정사두’(崇德亭射頭)로 봉사하시기에 잠깐 들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 곳엔 엄숙함이 있었고 사무실에는 “9계훈”이란 명문이 있었는데 ‘활터가 인생을 배우는 수련장’임을 알게 하였습니다. “仁愛德行-사랑과 덕행으로 본을 보이고, 誠實謙遜-겸손하고 성실하며, 自重節操-절조를 굳게 지키고, 禮儀嚴守-예의 범절을 지키며, 兼直果敢-청렴하고 겸직하며, 習射無言-입을 다물고 말을 멈추고, 正心正己-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不怨勝者-졌다고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莫彎他弓-타인의 활를 쓰지 않는다.”는 뜻의 궁도인 들의 9계훈은 우리 일반인에게도 중요한 인생 덕목으로 삼으면 좋겠다고 여겨졌습니다.
머릿속에서 활터의 예절을 모르는 무례한 방문객임을 깨달아져서 서둘러 조심스럽게 그곳을 떠나 온 후에도 그날 사대에 선 늠름한 사수의 모습이나 ‘9계훈’이 남겨준 여운이 오래갑니다. 고구려의 저 유명한 명궁수 ‘주몽’같은 기품과 한편으로 천하를 다 얻은 자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사막의 수도사들처럼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자유인이 되어 화살에 자신을 실어 날려 보내는 자유인이나 철인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상상 속에 사수가 되어 사대에 오릅니다. 마치 하나의 화살에 모든 것을 건 승부사처럼 ‘활걸이’에서 내 이름이 표시된 활을 집어 들고 ‘살놓이’에서 삶의 흔적으로 새겨진 화살을 집어 전통에 가득 채워 허리에 두르고 전장에 임하는 장수처럼 ‘국기봉‘의 휘날림을 바라보며 세상 바람 방향을 살피고 , 깊이마음을 추수리는 심호흡을 한 후, 붉은 정열의 원을 향하여 온 힘을 모아 시위를 당겨 미련없이, 모든 갈등과 고민과 염려를 다 내려놓고 화살을 떠나보내고 싶어집니다. 활터와, 인생과, 신앙생활을 많이 닮아있습니다. 화살을 보내면서 시위를 울리는 맑은 울림은 하나님 앞에 모든 짐 내려놓아 떠나보내는 엄숙하고도 경쾌한 환호처럼 숭고하게 보입니다. “發而不中 反求諸己” 즉 삶의 결과 앞에서 책임이나 이유가 화살도, 활도, 바람의 탓도, 아닌 바로 나라고 생각하고 다 맡기니 삶이 한결 자유로워집니다. 한발 한발 떠나보내다 보니 전통 속의 화살의 갯수가 줄어갑니다. 빈 통이 되어가는 전통을 보면서 아끼고 신중해진 인생의 자세로 하나하나에 ‘화전(火箭-불화살)’처럼 복음의 불타는 열정을 담아 보내고 ‘육량전(六兩箭-22g)’을 쏘듯 무겁고 힘든 인생의 죄 짐과 고민을 담아 날려 보내며, 달리는 말위에서 적을 향해 공격적으로 쏘았던 ‘동개살<대우전-大羽箭)’을 가져다가 열심내어 살아가는 인생 속에 수많은 시험과 유혹을 향해 쏘아야 할 것입니다. 복된 인생의 선물인 사대에 선 마음이 설레임과 긴장으로 가득합니다. 은혜의 호흡을 깊게 들여마시고, 신실한 고백이 담긴 마음을 그 곳에 실어, 저 푸른 하늘로, 약속의 미래로, 희망의 새 출발을 알리는 효시(嚆矢)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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