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찾아와 준 고마운 벌에게
갈아 놓은 다랑이에 겹겹으로 활짝 고개 내민 진 분홍의 자운영 위로 슬그머니 보슬비가 지나갔습니다. 살짝 고개 내민 앞산도 부끄러운 듯 자욱한 우윳빛 안개 뒤로 숨어 버리고 무대의 공연을 기다림처럼 고요한 계곡에는 긴장이 흐르고 있습니다. 어느 새 짙어져 버린 잎사귀 사이로 초롱처럼 얼굴을 내민 아까시 하얀 잎 다래는 짙은 향기로 벌들을 불러 모읍니다. 양봉을 하는 지인은 벌써 며칠 전 벌통을 싣고 밀원을 찾아 여행을 떠났습니다. 보기 만해도 무서워 도망가고, 맛있게 먹기만 하던 벌꿀이 자연이 준 생태계의 신비한 보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꿀벌과 대화가 된다면 물어 보고 궁금증이 있습니다. 만물의 영장 인간은 자주 가던 길도 때론 주변 환경의 변화나 나이가 들면 그 길을 잃어버립니다. 더구나 새로운 장소로 이사를 가면 익숙해질 때까지 고생합니다. 양봉하는 분들은 벌통을 밤중에 이동합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거기에서 지리 공부나 답사도 없이 벌들은 바로 꿀을 모아 자기들의 집으로 정확히 돌아옵니다. 이 세상 모든 생태계는 근본적으로 약육강식의 논리대로 공존한다고 합니다. 그 중 가장 사회적이고 조직적이며 일사 분란한 공동체를 운영하는 수많은 동물 세계와 생물의 개체 중 벌과 개미를 으뜸으로 꼽는 분들이 많습니다.
꿀벌은 여름에 약 5만 마리 그리고 겨울에는 2만 마리가 함께 모여 조직적이며 합리적인 공동체를 형성 합니다. 거기에는 오직 유일하게 알을 낳으며 번식과 우두머리로서 몸 집이 제일 큰 여왕벌, 또 외역벌이 열심히 나가 모아 온 꿀과 꽃가루를 보관하고 벌집의 위생을 유지 위해 청소하고 밀랍으로 집을 짓는 임무를 맡은 내역벌과 애벌레를 키우며 꿀 1리터를 모으려고 2-5만 번을 꽃에 다녀와 벌꿀을 모으는 외역벌이 있습니다. 일 벌은 외부로부터 적이 침입하면 최선을 다해 자기 온몸이 찢기며 목숨을 바쳐 공동체를 지킵니다. 일 벌의 수명은 보통 3월에는 35일 또는 6월에는 28일, 정도이며 9월, 10월과 겨울을 나는 때는 몇 개월까지도 생존한다고 합니다. 날아다니는 용도라고만 생각했던 벌들의 날개 짓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전달하는 의사소통의 방법이라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구 상에 연구된 정해진 단위 공간에 가장 많은 양을 저장, 관리하며 견고한 구조물이며 가장 아늑한 구조는 육각형 기둥이라 합니다. 그 육각형 기둥으로 서로 연결된 벌집은 견고하며 안전한 애벌레를 키우는 인큐베이터[incubator]이며 많은 꿀을 저장하는 구조물로서 벌들은 설계도고 잣대도 없이 정확한 크기와 모양으로 집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한 벌들과 그들의 공동체는 아직도 열리지 않은 최고의 신비함을 가진 비밀상자라고 합니다.
최근 전국적으로 약 40%나 벌들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미국도 2차 세계 대전 때 600만 통이던 벌통이 지금은 절반도 안 된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꿀벌의 사라짐의 원인을 환경의 변화와 무분별한 살충제 남용, 그리고 잘못된 양봉 방법 등을 지적 합니다. 만약 꿀벌이 사라지면 35%나 꿀벌이 맡아 준 농사의 수분과 생태계에 매카니즘(mechanism)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쳐 곡식 즉 식량도 과일도 사라집니다. 아울러 동물과 인간의 생존이 위기를 맞을 것입니다. 활짝 핀 아까시 꽃 다래 아래로 소중한 의미를 지닌 진객들이 모여옵니다. 다시 찾아와 줘서 반갑다. 소중한 손님을 맞아 인사를 나누며 감사와 안도의 노래를 불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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