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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다 놓쳐 버린 시간을 찾아서
글쓴이 : 홈지기     날짜 : 11-04-08 14:10     조회 : 875    

서두르다 놓쳐 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동식목사(무안읍교회)

 노는데 빠져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도 투정 부리며 집 뒤로 숨어 버리는 아이처럼, 힘들게도 봄의 화신이 나타났습니다. 앙상하던 백목련의 단단한 가지 끝에도 봉우리가 터졌습니다. 길가의 개나리는 노란 빛으로 새색시처럼 밝게 봄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누렇던 잔디밭에도 연록의 물감으로 봄단장을 마쳐, 어느 덧 우리가 봄 속에 살고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답답한 소식들은 아직 겨울인 것만 같은데, 안타깝고 어수선한 세상 속에도 소망을 담은 봄은 피어나고, 힘들게 찾아온 만큼 봄은 아픔을 딛고 일어서라는 희망의 메시지로 들려집니다. 마치 영적으로 어두워진 세상을 향해 십자가로 오신 예수님의 형상을 닮아 친근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봄바람을 맞으면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들길을 걸어봅니다. 저 들판 너머에 민족 시인이셨던 고 이상화님의 시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중략)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마치 동토를 뚫고 올라올 희망의 봄을 사모하고 그리워했던 시인처럼 오늘 우리는 희망을 기다립니다. 들길을 걸으면서 그동안 보지 못한 하늘도, 땅도, 내 자신도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의 일상은 늘 분주하게 살아갑니다. 그래서 내가 누구인지도, 깨닫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그래서 얻은 성공과 승리에는 참된 만족과 기쁨이 없고, 깊은 내면의 행복이 없었습니다. 조미료가 듬뿍 뿌려진 대중식당의 음식 맛처럼 금방 식상해집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손끝에서 버무려지고 푹 삭혀 만들어진 시골밥상은 다릅니다. 게미(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는 전라도 방언)가 베인 깊은 맛을 그리워하며 목표 지상주의로 앞만 보며 달려가다가 소중한 주변을 다 잃어버린 외로운 사람 하나가 들판 한가운데 서있습니다.  요즘 간간히 이 곳 저곳에서 펼쳐지는 슬로우(slow)운동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중국의 한 정치 지도자가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일본은 최첨단의 경제적 눈부심을 소개하려고 신간센 고속철을 시승시키며 스피드를 자랑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지도자는 중국의 정신인 만만디를 이야기 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사실 만만디(慢慢的)는 중국 사람들의 게으름을 말하는 비하언어입니다. 그러나 이 말을 중국 사람들은 자신들의 느긋함으로 자랑합니다. 그들은 가급적 서두르거나 재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헤어질 때 인사가 만쪼우(慢走) “천천히 가십시오”라 합니다. 음식을 먹으면서 만만츠(慢慢吃) “천천히 드세요”라 합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의 민족적 특성은 “빨리 빨리”라 말 합니다. 이“빨리 빨리”가 오늘 날의 부흥과 부지런한 민족으로 만들기도 했지만 또는 비웃음과 부실의 원인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에게 지금은 약간의 느긋함과 여유로움이 필요합니다. 자연과 마주 하는 시간을 가져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슬로우푸드(slow food)운동이 있습니다.
요즘은 즉석요리, “3분”등 음식도 즉석에서 만드는 패스트푸드가 현대인들을 이끌어갑니다. 시간에 쫒기다보니 찾게 되지만 고열량으로 현대병의 근거가 됩니다. 그러나 슬로우 푸드는 오랜 시간 묵히고 삭히고 발효하므로 그 음식들은 장내 독성을 없애고 담백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병원에서 치료목적으로 슬로우 푸드 식단을 권장하기도 합니다. 최근은 전라남도 완도의 청산도나 신앙의 증도, 담양의 창평 등 여러 지역에서 앞 다투어 슬로우 시티(slow city) 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잠시 인생의 속도를 늦추고 여유로움을 가지고 자신과의 대화, 자연과의 대화를 나누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주님의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는 소중한 계절입니다. 성지 순례시 시간에 쫓겨 너무 빨리 지나쳐 버렸던 그 십자가의 길. 성경을 통독하고 싶은 욕심에 속독하다 놓쳐버린 깊은 진리를 찾아야 합니다. 분주한 삶속에 서두르다 놓쳐버린 소중한 시간을 다시 한걸음 한걸음 의미를 부여하며 걸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른 봄 아직은 서투른 봄빛을 맞으면서 인생의 슬로우 타임(slow time)을 가져봅니다. 나와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새싹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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