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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남겨놓고 온 고향을 그리워하며
글쓴이 : 홈지기     날짜 : 11-02-04 16:40     조회 : 757    

마음을 남겨놓고 온 고향을 그리워하며

이동식(무안읍교회)

깊은 땅 속에서 들여오는 대지의 심장소리가 아직도 잔설로 잠자던 겨울을 흔들어 깨워서 떠날 겨울을 채근합니다. 희망을 품은 생명의 약진은 새움과 새싹을 준비하며 대지 위로 흐르고 있습니다. 잔디밭 양지쪽에 볕을 그리던 지팡이를 드신 어르신은 찬 기운이 남은 새봄의 볕을 만나고 있습니다. 사람도 계절도 떠난 빈자리를 향하여 찾아올 봄 손님을 기대하며 기다립니다. 민족의 대 명절 설날, 모처럼 조용하던 시골어귀에는 이름 모를 아기들의 도란거림과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뜻 모를 밝고 가득한 웃음들이 텅 비었던 길거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넓게만 느껴지던 마을 안길은 어디서 달려왔는지 가득 세워진 자동차들로 길이 막혀버리고 어머니의 사랑을 담은 고향을 실어가려는 보따리들은 차안에 차곡차곡 채워지고 있습니다. 어느 덧 요란스럽던 설이 지나간 자리에는 어디선가 뛰어나올 손자들 모습이 그리워지지만 다시 쓸쓸함이 자리합니다. 서럽다고 해서 설날이라는데 지나간 날들이 아쉽고 새로 들어가는 나이가 당황스럽지만 여전히 설 명절은 우리민족의 따뜻한 정서입니다.
명절이 되면 사람들은 종종걸음으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움직입니다. 그리운 추억의 그곳을 향해 마치 연어처럼 쉬지 않고 달려갑니다. 우리들의 정서 속에는 두 개의 시계가 공존합니다. 하나는 태양력으로 시작하는 새해 아침에 시무식을 하고 출발합니다. 그리고 음력으로 정월 초하루인 설날이 되면 명절로 받아드리면서 이상하게 생각지 않고 당연하게 다시 새 결심 새 각오로 시작하는 전통적인 시간입니다.
설이 되면 겨우내 사람들을 움츠리게 했던 폭설의 잔해가 꽁꽁 얼음이 되어 셀레임과 기대로 향하던 흥분된 고향 길을 더욱 긴장시킵니다. 긴 연휴라서인지 잠깐씩 차량으로 몸살을 앓던 도로가 다시 시원하게 뚫렸습니다. 고향은 우리의 마음의 안식처요 보물입니다. 거기엔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던 추억의 장소가 있고 반갑게 맞아줄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누가 명령한 것도 법적인 재제가 있어서가 아닌 귀성 그 자체를 통해 포근함과 위로와 향수로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따뜻한 가슴을 가진 정겨운 사람들을 통해 마음의 안식을 얻곤 합니다. 구제역과 조류 독감 등으로 많은 이동이 염려되고 또 한 자재하리라는 예상을 뒤집고 역시 올해도 민족 대이동이 이루어 졌습니다.
고향을 다녀오면 며칠 간 엄마 품을 떼어놓은 어린 시절 아픔 같은 불안한 허전함이 남습니다. 자녀들이 벗어놓은 옷가지들과 잃어버리고 떠나간 그 자리에 남은 흔적을 바라보는 부모님들도 여러 날 동안 속앓이를 할 것만 같습니다. 만나면 좋은데 왜 헤어짐은 당연하지만 이처럼 안타까운지? 할 말도 많았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던 만남, 그러나 먼 길을 달려오고 삶으로 인해 지친 몸은 피곤해서 실컷 잠만 자다 오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떠나 올 때 뒤돌아보면 미련만 남았던 금쪽같은 시간들이 또 지나갔습니다.
설날은 새로운 날의 시작인 머리 날이라 하여 옛 사람들은 세수(歲首)라 하고 몸을 삼가 조심하고 생각도 말도 행동도 경거망동해서는 안 되는 날이라 했습니다.
세배를 드리고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주로 간절한 기원이 담긴 축복의 말들이 권해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해 건강하십시오. 새해 사업 더욱 잘되십시오. 새해 부자 되십시오.” 이런 말들은 정말 진지한 염원이 들어있는 사랑의 기도 같은 말입니다. 명절 후 며칠 동안은 그 아쉬운 속을 풀기위해 전화로 안부를 묻습니다. 그러나 다시 빈도가 낮아지면서 무심한 시간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전해 내려온 말에 들어온 자리는 몰라도 나간자리는 크게 느껴진다고 했듯이 다시 텅 빈 고향집의 부모님 마음은 지금 텅 비어 다시 겨울바람이 불어오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우리에게 필연처럼 만나게 했던 소중한 분들 우리부모님, 그리고 사랑하는 부부 그리고 자녀들과 동료들 우리 인생의 가장 소중한 내 인생의 자체인 그들로 감사합니다. “첫 만남은 우연이고 두 번째 만남은 인연이고 세 번째 만남은 사연입니다.” 새해 맞이하는 새로운 날들과 신학기를 맞아 스승과 친구를 만나고 함께 일할 직장동료를 만남은 중요한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만남의 열매는 각양의 열매로 나타나지만 그 열매의 책임은 바로 나 우리가 만들어 냅니다. 새봄을 만나라며 자리를 비워주며 떠나가는 겨울을 보내면서 계절이 가르쳐준 잔잔하고 아름다움의 교훈이 여운으로 남습니다. 마음을 남겨놓고 온 고향의 안방을 그리워하며 다가올 생명의 봄을 만날 내일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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