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아진 하늘 저 멀리로 하얗게 흐르는 여름날은 수줍은 듯 구름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잔잔한 바다위엔 하늘이 잠시 내려왔습니다. 해변 백사장가 마치 금방 닦은 새 칠판 같은 젖은 모래위엔 정다운 연인들의 웃음소리와 속삭이는 호흡들이 작은 흔적을 남기며 드러납니다. 지친 하루의 열기가 그림자로 내려앉은 여름 해변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어느 쪽에서 부는 바람이 더 시원할까? 저 멀리 물 위로 달려온 해풍과 송림사이 그늘에서 식혀진 육지바람을 번갈아 가슴으로 맞아봅니다. 동작 빠른 젊음들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벌써 그 자연의 한 풍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매미소리에 분위기 맞춰 쟁반 위에 얼려온 수박을 가릅니다. 여름 바다가 가진 시원함이 온몸으로 펴져옵니다. 자연은 살아있습니다. 잠시 나의 생각은 마음을 싣고 바다 저 멀리 멀어져갑니다. 소리 없는 생명이 지금 옆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생명의 계절에 자연은 말없이 자기의 일에 충실합니다. 가녀린 어린모를 낸 들판은 진록의 튼실함으로 하얀 공간이 사라져갑니다. 우리는 지난 반년을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마치 어느 새 썰물이 되어진, 저 바닷물처럼 우리 옆에 분주하게 왔다가 사라져 갔습니다. 어느 해보다 우리 주변으로 흐르는 사건들이 복잡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국가, 금방 평화통일이 될 것으로 착각하고 방심으로 안일해진 우리 정수리를 때린 천안함 사건, 이번 사건으로 우리나라는 아직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또 값비싼 대가를 치렀습니다. 온 국민이 젊은 군인들의 죽음 앞에 같이 울고, 태풍이 몰아치던 차가운 백령도 앞바다에서 함께 살았습니다. 정신을 차리자. 긴장하자. 억울하다. 분통하다. 격한 감정으로 백령도 앞바다 차가운 바다 속까지 모두가 하나 되어 뛰어들었습니다. 전국에서 10,000여명이 출마한 전국 지방선거, 교육과 지방행정의 수장을 지방의회의 소중한 일군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의 열기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며 출마한 후보들과 함께 선거 열풍에 싸여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지하는 사람은 내편이고 상대방은 적군이 되었습니다. 권모술수도 있었고 모함과 비방도 있었으나 그 역시 바람처럼 지나갔습니다. 마치 물거품이 사라지듯이, 정신을 가다듬고 돌아보니 온 세상이 또 붉은 물결로 가득합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축구가 전 세계인을 사로잡았습니다. 온 나라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마음을 원정 보냈습니다. 붉은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때론 전문축구 감독이 되어 작전을 새우고 흥분하며 밤을 새워 목이 터져라 밤거리에 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바람도 잠시 후엔 지나갈 것입니다. 어느 바람이 우리 마음을 시원하게 할까요? 우리의 마음이 쏠려진 시간들 속에서 자연은 말없이 쉼 없이 열매와 알곡을 맺혔습니다. 그리고 아무 조건도 없이 선물로 내놓았습니다. 자연은 이념도 사상도 욕심도 없이 냉정하게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중용의 도를 지킨 것입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기 사명을 준행한 용사와도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덧 반년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시간을 계수하지도 못한 채 분주히 달려왔던 기억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말없이 흐르는 시간 위에 자신의 일을 묵묵히 감당합니다. 며칠 전 자연을 사랑하는 존경하는 선배 목사님댁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생명을 가까이 하는 분의 마음은 선하다고 합니다. 그분의 손길 끝에서 피어난 조그만 절구통 속에 자란 수련의 앙증맞은 꽃망울과 분재에 맺힌 꽃은 환상이었습니다. “목사님 분재의 꽃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그렇죠 잠시 자기 때가 되면 뽐내며 나타났다가 사라져가죠 화려한 그 꽃들도 며칠 후면 우리시야에서 떠날 것입니다. 한마디 작별이나 기약도 없이 말입니다.” 오늘도 분주한 우리의 마음이 고개를 들어 자연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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