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아침 눈이 내린 까닭은
이동식목사 (무안읍교회)
기대와 설렘 속에 찾아온 새해 아침은 온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장식하며 출발되었습니다. 마치 미련과 아쉬움 속에 보내야 했던 어수선한 지난날을 다 덮어 버리듯 뒤로 하게 하며 하얀 새로운 도화지를 받아든 마음으로 희망을 그리며 찬란하게 시작합니다. 새해가 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새롭게 결심을 하고 꿈을 꿉니다. 신년 벽두에 케이블 채널의 홈쇼핑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것은 다이어트 용품. 등산용품. 그리고 금연보조기구였다고 합니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다짐하기 때문입니다. 하얀 눈송이로 맞이한 새날들을 하나님 앞에 출발하고 싶은 고백으로 신년 심방을 시작하였습니다. 얼어버린 눈길의 온도는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전방 부대가 있는 철원은 영하 28도까지 내려갔다고 합니다. 이는 냉장고 냉동실보다 더 추운 온도로서 즉 전국이 새해 아침 냉동된 채로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기상청의 보도 역사 날마다 신기록을 갱신하는 중계방송 같았습니다. 쌓이는 눈의 양을 기상청 기록으로 20년 만에 가장 큰 눈이라더니 다음날은 40년만의 큰 눈 이라며 자꾸만 세상을 놀라게 하며 새로운 기록으로 바꿔갑니다. 하늘에 한없이 눈이 쏟아져 내리는 던 심방 길에 장로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하늘한번 보시죠? 안개가 자욱한 듯한 뿌연 하늘 사이로 문이 열린 듯 가을 하늘처럼 파아란 하늘이 보였고 그 푸른 하늘 창문을 배경으로 떨어지는 눈은 그야말로 환상이었습니다.
그날도 눈은 한없이 내렸습니다. 눈이 오면 온 세상이 은세계로 변합니다. 붉은 색 지붕도 푸른색 지붕도, 거친 풀 위에도, 고운 모래밭에도, 거친 자갈밭에도, 하얀 눈은 모두 솜털처럼 그리고 하얗게 덮어 놓았습니다. 하늘이 뚫린 듯 하염없이 내리는 눈이 부족한 종의 가슴 위에도 차곡이 쌓여갑니다. 실수와 시행착오만 가득한 어설픈 목사의 지난날을 향하여 넓고 포근한 하늘의 융단으로 다 덮어 주십니다. 죄를 짓고 숨어있던 나를 애타게 찾으시며 울먹이시던 어머니의 부르시던 음성처럼 따뜻한 하나님의 용서의 음성으로 들려옵니다. 일어나서 자세를 고쳐 앉아 봅니다.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다시 한 번 해보겠습니다. 지난날의 부끄러운 일들, 부족하여 아쉬운 일들, 죄송하고 고개 들기 조차 미안하였던 일들, 돌이킬 수 없는 충격들을 다 덮으셨다는 사인 같습니다. 그리고 새 도화지를 내미시며 새롭게 시작하라는 격려로 들려졌습니다. 우리는 감추고 싶은, 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일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과거를 들추고 찾아내는데 쾌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마치 자기 눈 속의 들보는 못보고 관대하며 남의눈 속의 티를 찾아내며 흥분하듯 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랑입니다 그 따뜻하신 손길은 다른 사람의 허물을 대신 감당하고 씻어주셨습니다. 또한 허다한 죄까지도 덮어주셨습니다.
불완전한 인간의 마음과 삶, 가득한 실수와 약점도 있지요. 그래서 애써 감추고 위장하고 극복하기 위한 자기방어기재가 나오며 나름대로 자기를 세우며 살아갑니다.
한얀 눈은 가슴을 열고 조건도 없이, 생색도 없이, 소리도 없이, 상처도, 모진 약점도, 다 덮어줍니다. 빈부와 귀천, 남녀노소, 내편, 네 편, 구별 없이 공평하고 아낌없이 그 위로 차곡차곡 쌓여 줍니다.
하얀 눈이 내리던 어린 시절의 따뜻한 고향 아랫목으로 마음이 시간여행을 떠납니다. 너무 많이 쌓여 찾기 어렵지만 짐작으로 눈을 쓸어내고 파내려 갑니다. 보물을 찾듯 만난 지난 가을 땅속 깊은 곳에 묻어둔 땅 속 훈기로 새싹이 돋아난 무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장독대로 만들어놓은 눈길 위를 걸어가 얼음으로 엉긴 물김치와 땅속에 묻어놓은 김장김치는 떠오는 손길은 이미 입안에 침을 가득 채웁니다. 부러울 것 없었던 입 안에 호사를 누리던 그 시절. 군불로 달구어진 아랫목 담요 속에는 감춰진 밥통이 발에 걸리고 우리들의 발을 거부하지 않고 품어주는 알 수 없는 손길이 있었습니다. 마을 어귀에는 벌써 성급한 친구들의 조각품인 눈사람이 만들어져 세워졌습니다. 빙판으로 변한 도로 위를 누빌 대나무스키를 덜 식은 아궁이 재속에 구워 휘어 만들고 하루를 지쳤던 행복했던 겨울날, 그날 밤 곤한 잠속에서 백설 공주가 되기도 하고 백마 탄 왕자가 되어 달려갑니다. 빙판이 되어버린 길 위에 잔소리와 모래를 뿌리고 지나가는 어른들이 밉기만 했던 그 철없지만 행복한 겨울날의 추억 위로 이미 그 어른들의 나이가 되어버린 나의 머리위로 하얀 눈이 말없이 하염없이 내려옵니다. 추억도 과거도 다 묻어버리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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