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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하셨습니까
글쓴이 : 홈지기     날짜 : 09-12-15 12:52     조회 : 872    

김장 하셨습니까
이동식목사(무안읍교회)

두꺼운 외투를 걸쳐 입고 거리로 나서보니 쌀쌀해진 날씨로 인해 사람들의 발걸음이 종종 걸음으로 빨라집니다. 12월은 아니 겨울은 사람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듭니다.
얇아지고 얇아지더니만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벽에 걸린 한 장의 달력이 우리에게 한 해의 결산과 새로운 희망의 새해를 준비케 만듭니다. 종착역이 다가오면 승객들은 짐을 챙기고 옷매무새를 다듬습니다. 2009년이란 희망이란 열차를 타고 지금 우리는 한 해의 마지막으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지나온 길에서 넓은 들판사이로 시원스럽게 달려오기도 했습니다. 어떨 땐 좁은 협곡으로 어렵게 답답하게 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긴 터널을 통과했던 적도 있었지만 쉼없이 달려온 희망열차는 어느 덧 목적를 향하여 막바지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주변의 모든 환경은 인생의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실감케 합니다. 얼마 전에 한 대형 마트에 들렸다가 오랜만에 귀한 상품을 만났습니다. 매장 한편에 쓸쓸하게 진열되어 있는 크리스마스카드들. 거기엔 더욱 좋아진 인쇄술과 전자기술의 발전을 자랑하듯이 광섬유가 들어있는 것. 그리고 호화로운 장치가 달린 카드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손님들의 무관심속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이 것 저 것 작동시키며 살펴보았습니다. 어린 시절 추억의 카드는 보내는 사람도 받았던 사람도 가슴을 뛰게 하던 중요한 매개채였습니다. 골판지와 색지를 자르고 그 위에 지난 가을부터 모아 눌러둔 나뭇잎들을 모아 붙였습니다. 하얀 물감을 묻힌 붓에 입을 바짝 되고 불면 마치 마술이라도 부린 듯 눈이 내리고 신비한 세상이 만들어집니다. 직접 만들던 어설픈 그 시절의 추억의 카드엔 정감이 담겨있었습니다.
그 시절 12월이 되면 가장 큰 행사가 성탄카드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만들어진 그 카드를 누구에겐가 보낼 때의 설레임과 기분 좋은 떨림은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연말을 보내고 한 해가 시작되면 학이나 태양이 솟아오르는 그림에다가 떨리는 손으로 근하신년이라고 그리고 썼습니다. 어려운 한자를 곁드린 연하장은 어르신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표현으로 새배와 같은 아주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그 땐 그래야만 한해를 보내고 한해를 시작하는 줄 알았는데 요즘 이런 성탄카드나 연하장속에는 참 감동이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아 안타깝습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 밤 누군가에 내 마음을 담은 따뜻한 카드한 장을 보내드리고 싶어집니다. 달력과 카드와 함께 이 계절의 중요한 가르침의 하나는 김장이란 연례행사 속에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합니다. 요즘 같은 계절엔 주로 나누는 애기가 “김장 하셨는가요. 김치 담그셨습니까?”라는 인사말을 종종 나눕니다. 요즘은 많은 분들이 직접 담그기보다 시골에서 얻어다 먹기도 하고 공장에서 나온 것을 사다 쓰기도합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대부분은 김장을 합니다. 힘이 들어도 김장하는 날은 메주 쓰던 날과 장 담그던 날과 더불어 집안의 최고의 행사요 경사였습니다. 그리고 여인들의 최고의 사업이었습니다. 어느 민족 보다 우리 조상들은 뛰어난 생활의 지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김장은 참 우리 인생의 깊은 삶의 원리를 가르쳐 주는 것 같습니다.
백과사전에 보니 ‘김장’은 ‘침장’(沈藏)'에서 ‘팀장’으로 그리고 ‘딤장’으로 마침내 ‘김장’으로 말이 변화되었고 ‘김치’역시 ‘침채(沈菜)’ 즉 ‘야채를 소금물에 잠기게 한다’는 말로" ‘침채(沈菜)’에서 딤채로, 김채로 현재는 김치로 발전되었습니다. 최근 김장을 담그는 광경을 며칠 동안 지켜보면서 깨달아지는 것이 많았습니다. 소금물에 담궜다가 건져놓은 배추를 만지시던 권사님께서 “아직 덜 죽었네요. 지금 안 되겠고 내일 아침에나 합시다. 거긴 어느 덧 밭에서 실려 올 때의 싱싱하고 커다란 배추가 누런 속살을 내놓고 배가 갈라진 채로 늘어져 있었습니다.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소금으로 간하는 이 일이 김치의 맛을 결정합니다. 우리도 그리스도 안에 옛 사람이 죽어야 예수님 맛이 깊이 베여야 할 텐데 몇 번이나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또 그 김치를 담은 항아리를 땅에 묻어 놓으면 서걱서걱 겨우내 계속해서 그 맛난 김치를 만날 수가 있습니다.
권사님 집사님의 얼굴과 손이 빨갛게 얼었습니다. 그러나 싱글벙글 합니다. 갓 담근 김장김치를 길게 찢어서 장작에 푹 삶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고기 보쌈은 김장하는 사람들만이 누리는 호사입니다. 희망을 설계하며 한 해를 감사로 마무리하는 소중한 계절 마음으로 카드 한 장 배추 한 포기 김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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