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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마지막 강단에서
글쓴이 : 홈지기     날짜 : 09-09-18 21:44     조회 : 786    

선생님의 마지막 강단에서

이동식목사 (무안읍교회)


금방 터져 올라올 것만 같은 짙어져간 황금빛 들판을 내려다보는 청자빛 하늘이 오늘 따라 무척이나 높고 맑기만 합니다. 어느 새 무거워져 고개를 숙인 영근 알곡들은 추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날의 약속을 알기에 지난 봄 이마에 하얀 땀 증기를 피워 올리며 농부는 언 땅을 괭이로 일구었습니다. 그리고 대지에 심장에 희망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알곡을 기다리던 주름진 까만 얼굴은 어느 덧 자랑스러운 행복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코흘리개 어린 자식이 훌쩍 아비의 키를 넘어서고 팔목이 힘이 더해져서 부모의 손이 저릴 정도로 쥐어와도 자신의 기력이 약해짐보다 자녀의 성장이 마냥 행복했던 아버지, 언제가 의젓해진 목소리로 어미의 마음을 울려도 행복했던 어머니처럼 가을의 알곡은 가슴의 훈장이 되었고 이제 가득 찰 곳간의 소망을 만끽합니다. 가을의 자연은 하나님이 보여주신 약속의 교과서 입니다. 마치 곤충학자 파브르가 말한 것처럼 “자연은 또 하나의 성경”이라 말 하였듯이 자연의 가르침은 너무나 큰 진리입니다.

농부가 알곡을 곳간에 감추는 수장절이 가까운 가을 날 아침, 사랑하는 스승님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천국 하늘 창고로 알곡 되시어 돌아 가셨습니다. 평생 다음 세대의 미래를 준비하며 2세 교육에 헌신하시며 교회를 천국으로 알아 소망으로 섬기던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바로 우리 곁에 계시던 사랑하는 이기헌 집사님이 천국으로 이사 가셨습니다.

천국의 큰 약속과 소망이 있기에 지금의 잠시 헤어짐의 눈물을 닦아내면서 그분의 마지막 가시는 모습을 지켜보던 우리는 신앙과 인생의 선배로 그리고 한 시대의 스승으로 우리 곁에 그분이 남겨놓은 흔적들로 인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삶의 마지막 강단의 가르침은 준비하는 삶이었습니다. 그분은 자신이 흙으로 돌아갈 육신의 장소를 미리 준비해 놓으신 것입니다. 그분은 떠날 준비도 잘하셨지만 떠나보낼 준비도 잘하신 분입니다.

그분과 같은 교회를 섬길 때 이야기입니다. 목회지 이동으로 인해 다른 교회로 이주할 일이 생기자 온통 교회의 분위기는 눈물로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속이야 어떠신지 몰라도 대범 하셨습니다. 그리고 대뜸 “목사님 승차를 축하합니다. 송별식 언제로 잡을 까요.” 잡아줘야 편한데 마치 잘된 일이니 잘 떠나라는 듯 한 정리가 안 되던 숙제로 남아있던 그분의 말씀이 이제야 답이 풀렸습니다. 그분은 늘 도전 정신과 비전을 품고 도약을 가르치던 분이셨습니다. 어린 목사를 염려하시던 그분의 깊은 마음은 더 큰 바다로 떠나보내는 사랑이었습니다. 목회를 하면서  가장 고민하며 판단이 흐려진 그때 극장 간판에 적힌 영화제목처럼 “박수 칠 때 떠나라” 항상 더 세상을 바라보게 하며 오늘도 미래를 향해 도전케 하는 사랑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선생님의 떠나시던 가을날, 남겨놓은 사진 한 장 앞에선 백발이 되어버린 제자들은 꿈 많은 던 초등학생시절 그때의 마음으로 다정다감하시며 아브라함 링컨을 닮은 수염차림의 열정의 청년을 추억합니다. 늘 더 큰 세상 더 넒은 세계로의 꿈과 자신감을 심어주었던 비저너리였습니다. 늘 내일을 준비 하라 시던 선생님은 10여 년 전에 고향의 나지막한 동산에 조그마한 무덤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천국으로 이사 가시면서 흙으로 돌려보내실 장막의 처소를 준비하셨던 것입니다. 틈나면 그곳을 자주 오르시던 선생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장례식을 진행하던 사람들은 선생께서 자신을 위해 수고할 사람들을 위한 감사의 선물을 그곳에 준비해 놓은 것을 발견하고 또 한 번 치밀하시게 준비로 일생을 사셨던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마치 여러분들도 천국을 준비 하세요 내일을 준비하세요하고 마지막 강단을 만들고 서 계신 것만 같았습니다.

고인을 추억하면서 지인들과 식사를 하였습니다. 한분이 이런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자기가 돌아갈 곳을 준비한 사람들은 그때부터 늘 떠날 준비를 하고 산다는 것입니다.

영혼은 믿음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그리고 육신은 흙으로 돌아갈 곳을 준비하였듯이 아마 그분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기도 하시면서 교회를 향한 마지막 충성을 다하시며 가족들에게

그리고 이웃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영화로운 천국을 사모하며 떠날 준비를 하신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 집니다. 마치 바울사도의 고백 같은 관제처럼 그의 전 인생의 마지막을  가장 의미 있게 부으시던 시간이셨던 것 입니다. 추수를 앞둔 농부가 곳간을 준비하면서 수확을 기다리듯이 준비하는 높아져 버린 가을 하늘을 우러러 봅니다. 누구나 떠나가야 할 인생의 가을 앞에 행복의 추숫꾼이 되어 소망의 미래를 준비하는 계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도 떠날 기약이 다가옴을 느끼면서 믿음으로 주님 만날 예복을 꺼내 손질하면서 내가 떠난 이 자리에 누군가가 나의 지난 흔적을 정리할 땐 부끄러움 나타나지 않도록 인생의 작은 서랍을 열고 어질어진 짐들을 정리해봅니다. 사랑하는 선생님을 흙으로 돌려보내고 내려오는  마음엔 그분이 끝까지 가르침으로 남겨주신 선생님이 고마워 코끝이 찡해 옵니다. 한 시대 어려운 시대의 무대에 입장하셔서 혼신을 다해 멋진 작품을 아낌없이 완성하시고 이제 마지막 커튼콜(curtain-call)을 마치고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조용히 퇴장하시는 집사님의 멋진 모습이 너무나 크게만 여겨집니다. 이집사님 천국에서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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