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게 피어난 꽃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 동 식
산 준령을 넘어선 하얀 억새물결이 산 아래로 가을 실어 나르고, 아쉽게 떠나야만 하는 자연의 섭리 때문에 아기 단풍의 여린 잎 새에는 슬픈 이슬이 맺혔습니다. 쌀쌀해져가는 밤의 기온을 타고 헤어짐의 아쉬움으로 붉어진 단풍은 온 세상을 꽃밭처럼 물들여 놓았습니다. 나뭇잎사이로 파고 들어와 비쳐오는 아침 햇살의 빛줄기는 온 산에 색동의 불을 켜 놓은 듯 화려한 등꽃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 갑니다. 흐르는 계절의 시간은 겨울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더워서 불편하다 아우성쳤는데 이제 쌀쌀해진 날씨 앞에 겨울을 준비하는 우리의 모습이 조급해지고 있습니다. 자연의 순리는 참으로 오묘합니다. 그래서 자연 앞에 인간은 겸손해지고 그 앞에 엄청난 가르침을 받아 배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연만물을 창조하시고 주장하시는 하나님 앞에 엎드리는 것입니다. 몇 년 전 중요한 가정일이 있어서 친척들이 모여 함께 지낸 적이 있습니다. 모임 중 어르신 한분이 그 바쁜 일정 속에 걷기를 하시고 돌아왔습니다. 그때부터 도전을 받고 건강을 위해 걷기를 시작해서 벌써 몇 년째 아침마다 1시간 정도 걷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때론 아직 날이 밝아오기 전에, 어떤 날은 아침 햇살을 맞으며 비바람을 이겨가며 걸었습니다. 그러나 찬바람과 피곤한 몸은 오늘만 쉬고 내일부터 열심히 해야지 하는 게으름으로 망설이며 주저하기도 했습니다. 그 유혹을 이기고 나가 걷고 돌아오면 누리는 상쾌함과 행복함은 활력을 얻게 하고 마음으로 행복하게 합니다. 서울 아산병원의 한 자료에서는 이 걷기운동은 유산소운동이므로 젊은이나 연세 드신 사람에게도 매우 좋은 대표적운동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피존물 중 유일하게 직립 보행을 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연스럽고 기본적인 활동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체중을 안고 걸어가는 것이기에 안정적이며 경제적인 부담이 거의 없고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어디서나 언제나 가능하기에 효과가 탁월한 좋은 운동이라 합니다. 지난여름 온 나라가 가뭄으로 모내기가 어려웠던 고통 받았던 계절이 끝나가던 때 동행자 한 분이 산책길 길가에 몇 그루 꽃모종을 심어 놓았습니다. 그 작은 시작은 가뭄을 이기고 희망을 심는 것 같은 도전이었습니다. 그 일로 인해 그 길을 걷던 사람들은 한마음이 되어 산책길을 가꾸기로 하였고 코스모스와 백일홍등 종자를 구해 길가로 심었습니다. 메마른 땅에 심겨진 꽃씨는 겨우 움을 틔웠고 산책길 사람들은 그 새싹의 자라남이 궁금한 이야기가 생기는 관심거리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번 추석쯤에는 꽃이 피어 나겠지하는 기대을 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가뭄의 뒷끝 이었고 척박한 환경이라 겨우 고개 내민 어린모는 몸살을 하였습니다. 어렵게 올라온 실 같은 여린줄기에 걱정거리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직 키도 자라지 않던 어설픈 줄기에 작은 꽃봉우리가 맺혔습니다. 어려운 환경이라 큰 기대를 내려놓았기에 그 꽃만이라도 반가웠습니다. 산책길에 사람들은 서로 그 기쁨을 전했습니다. 꽃이 피었다고... 그리고 비가 몇 차례 내리자 우후죽순이랄까 신비하게도 줄기가 쑤욱 올라오고 여기 저기 꽃 봉우리는 산책길을 걷던 사람들은 고통의 환경에 피어낸 꽃으로 인해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법 야무진 기대로 잘하면 꽤 괜찮을 것 같은 꽃길이 될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추석이 가까워 오던 날 왕복 10킬로 정도 되는 이 길은 그야말로 코스모스로 꽃물결로 뒤덮였습니다. 지역 신문에 보도가 되었습니다. 명품 꽃길에 꽃이 만발 했다고... 가뭄과 척박한 환경 속에 그리고 눈에 보이는 현실에서 여리디 여린 과정이었기에 안절부절 노심초사 걱정하며 기다리던 사람들에게는 기적을 보는 듯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고향을 찾은 사람들은 시골 정취를 맛보기 위해 가족들을 동반하여 그길로 모여들었습니다. 휴대폰을 꺼내 사진도 찍으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에 모두 행복했습니다. 가을걷이가 다 끝나는 깊어가는 계절 산책하는 사람들의 아쉬움 속에 그래도 오래가는 편인 코스모스꽃이 한잎 두잎 모두 시들어갔습니다.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그러나 꽃이 진 그 줄기에 까만 씨앗이 또 꽃처럼 피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쉬움을 이기도록 거기에 다음 해를 기약하는 꽃씨로 마무리하는 자연의 지혜는, ‘열매맺는 인생이 되라. 다음세대를 준비하라’는 가르침과 명령 같았습니다. 우리 인생에 때론 화려했던 모습도 사라져갈 때 그 상실감, 그 짙은 향기도 사라질 때 우리는 낙심하고 실망합니다. 그러나 거기에 꽃보다 알찬 씨앗이 맺혀있다면 그 화려한 꽃보다 깊고 숭고하며 성숙한 결실이기에 더욱 기뻐 할 것입니다. 명품 꽃길에 꽃들이 지며 가을빛으로 짙어져 갈 때 이제야 그 아름다운 꽃을 피워 드러내는 구간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구간은 산책길 안에 몇 군데 설치되어있는 가로등이 있는 주변입니다. 그 아름다웠던 꽃길의 화려한 명성 때 웃자란 줄기만 무성하고 꽃이 피지 않았던 가장 예쁘지 못한 구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모든 꽃들이 지난 뒤 지금에야 코스모스로 만발 한 것입니다. 이유는 식물도 잠을 자야 하는 데 밤에 미치는 불빛으로 잠을 못잔 식물이 늦게야 개화를 하는 현상입니다. 우리는 또 배웁니다. 천지를 창조 하신 하나님의 지혜는 하나님은 자연만물에 생물적 시계와 환경을 따라 적응하는 프로그램을 부여해서 반응하고 진행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때 남들처럼 피어나지 못해 낙오자 같았고 무시당하던 그 줄기가 꼴등으로 늦게야 피어났지만 모두 떠난 꽃밭의 마지막 피날레[finale]를 장식하는 주인공이 된 것입니다. 성장을 위해 열심히 일한 녹색의 잎이 추운겨울 영양을 보존하고 생장을 멈추면서 자연적으로 아름답게 단풍이 들도록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고 떨겨를 통해 스스로 낙엽이 되어 겨우내 땅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유지시키며 봄에는 썩어 영양을 공급하며 퇴비가 되어주는 이 매카니즘은 너무나 정교하고 철저한 설계에 의한 것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붉은 단풍이 바람에 흩날리며 낙엽이 쓸쓸하게 내리는 아침 슬퍼지는 마음보다 자연의 오묘한 섭리 앞에 무릎을 끓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오늘도 하룻길 산책길을 걸어가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 묵묵히 생명의 사명을 잘 감당하는 자연의 섭리 앞에 길에서 인생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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