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은 맛! 가을을 준비합시다.
이 동 식
한국 문인협회. 무안문협부회장. 무안읍교회담임
매어놓은 실 줄로 처마를 타고 올라가던 가녀린 줄기에 둥글게 매달린 녹색빛 조롱박이 지난 밤 서늘한 기운을 만나고 깨어 일어나 언저리 따라 노랑색로 물들어 있습니다. 무섭던 폭염에 지쳐 간절히 기다려지던 가을이 하룻밤 고개를 넘더니만 페이지를 넘기듯 새로운 계절로 어느 덧 성큼 찾아와 버렸습니다. 부지런한 농부의 마당에는 매운 향기를 풍기며 말라가는 투명한 고추는 높아져 가는 하늘아래 보석처럼 빛을 냅니다. 가을은 설렘과 풍요로움입니다. 황금빛 옷을 꺼내 이미 선반에 올려놓고 배가 찬 이삭은 고개를 숙이고 가을을 준비합니다. 우리는 지난여름 가뭄으로 인해 한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생명같은 비를 기다렸습니다. 목이 말라 타들어가는 대지와 고사해가는 농작물이 애처로워 차마 바라보지 못한 농심은 하늘의 문을 열어 달라고 기원하며 비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먼지 되어 날리는 논과 밭의 흙가루 위에,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저수지 바닥에 하염없이 폭포수같은 비가 내리며 가을이 되었습니다. 밤이 깊어가면 귀뚜라미의 힘찬 울음소리가 아직 떠나지 못한 매미를 배웅하기 위해 합주를 벌이고 가을이 성큼 와 버렸습니다. 기다림은 언제나 또 새로운 소망을 품게하며 내일의 기다림을 만들어 줍니다. 유명한 시인 롱펠로우는 “ 이 세상 모든 일들은 끈기 있게 기다리는 자에게 찾아온다”고 했습니다. 기다림은 쉬운 일이 분명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어떤 환경에서든지 “어떻게 참고 인내하며 기다려야 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를 아는 사람은 그의 삶의 적절한 순간에 그 기다림이 주는 달콤한 열매가 주어 진다”고 노만 빈센트 필은 말하기도 했습니다. 즉 가을의 풍요와 열매를 기다리는 사람은 그만한 준비를 갖추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여름 방학을 마치고 억지로 학교에 등교하면 선생님께서는 곧 있을 가을 운동회와 소풍게획을 알려 줍니다. 기다림이 있으므로 오늘의 답답함과 지루함 피곤함을 끈기 있게 이겨 나가게 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던 힘이 기억납니다.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의 마지막 여름의 뜨거운 열기는 더욱 강렬하게 대지를 달구고 있습니다. 마치 아직 단맛을 준비하지 못한 열매를 향한 열정이 담긴 사랑 같기도 합니다. 결실을 준비하는 농부에게 작열하는 태양의 일조량은 모든 과실과 곡식들의 더욱 성숙하고 광채 나는 외모와 달콤한 맛을 영글게 합니다. 가을의 풍요로움은 무덥던 여름을 인내한 성숙의 결실입니다. 뜨거운 태양을 견디고, 버티고, 이기고, 참아 낸 승리의 결실입니다. 점점 열기가 식어 가고 있습니다. 열매는 그 나무의 정체성을 그리고 그 열매는 지난 삶의 흔적의 결과물입니다. 요담의 비유에 등장한 감람나무와 무화과나무 포도나무의 사명감과 겸손한 모습은 성숙한 신앙의 인격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곡식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성숙한 사람의 모습은 교만하지 않고 겸손한 모습입니다. 사람의 내면에는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이력인 인격과 성품이 맛으로 담겨 있습니다. 사람에게도 그 사람의 됨됨이가 깃든 맛이 있습니다. 말 속에 품행 속에 표정 속에 이른바 갑질 같은 것도 나타납니다. 이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쓴맛입니다. 주위엔 상관치 않고 자기중심 나 홀로 주의인 이기적인 사람은 독한 맛입니다. 이 풍요롭고 아름다운 결실의 계절에 실망스런 설익은 과일의 떫은 맛이 아닌 소금처럼 이 곳 저 곳에 맛을 더해주는 꼭 필요한 사람, 주위를 밝고 따뜻하게 해주는 진하고 달콤한 맛을 가진 사람 성숙한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내 인생의 과원에 열리는 삶의 열매가 기대에 어긋남이 없고 성숙하며 정체성이 분명한 진실하고 깊은 맛을 기대 합니다. 소금처럼 사회를 변화시키고 새롭게 하는 맛을 내는 사람이 되기 위해 뜨거운 태양빛 아래서 바닷물이 소금이 되 는 연단의 과정으로 나의 결정체를 준비하여야 합니다. 톨스토이는 "모든 사람은 인류를 변화시킬 생각을 한다.” 했습니다. 그러나 먼저 자신을 변화시킬 단련과 성숙함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수채화보다 아름다운 자연과 파아란 하늘을 바라보며 정겨운 풀벌레 소리와 산 새소리 들려옵니다. 눈부신 가을햇살 아래 물결처럼 출렁이며 영글어 가는 들녘과 과원의 풍성한 열매들이 가득합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또 한 번의 영적으로 성숙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농부의 마음으로 더욱 많이 기도하고, 전도하고, 말씀을 묵상하면서 마지막 진한 맛을 채우고 더욱 곱고 아름다운 빛을 더해 나가는 아름다운 단장이 여러분의 신앙 속에 이루어지시길 바랍니다. 가을의 길목에서 탐스러운 열매를 가슴에 가득 안고 얼굴에 가득한 행복으로 기뻐하시는 영적으로 성숙된 여러분이 되시길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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