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식목사
무안읍교회
저 맑은 하늘 끝에서 달려온 엷은 햇살은 하얀 벚꽃을 은세계로 빛나게 합니다.
이슬처럼 맑게 태어난 계절의 상쾌함은 겨우내 얼었던 땅에 피어난 여린 새싹에게로 향합니다. 달려온 봄으로 설레이고 민감해진 가슴 위엔 어느덧 장미가 피어오르는 새 여름옷이 입혀집니다. 집 뒤의 작은 동산 골짜기 마른 덤불 속에 고개 겨우 내밀고 금낭화가 외롭게 피었습니다. 산행 속 친구삼아 작은 꽃에게 다정한 말을 걸어봅니다. "너도 혼자 피었구나. 누가 널 봐주기라도 하니? 너 참 예쁘게 피었다." 수줍은 금낭화가 덩굴로 피어난 꽃들을 흔들며 대답합니다. "저는 그냥 이 모습 그대로 행복하답니다." 동화를 쓰듯 혼자 번갈아 대화를 만들다가 문득 많은 사람 앞에 서지 않고 알아주고 찾아주지 않아도 그 골짜기를 지키며피어난 작은 꽃을 스승으로 삼습니다. 찾아오는 아침 햇살을 맞으면서 이름 모를 작은 나비에게 어깨를 내밀어 앉을 자리를 내주면서 행복해 하는 듯 여겨집니다.
이미 가까이 다가온 계절은 집 앞 화단을 피워냈습니다.
겨우내 푸르름을 이겨낸 빨간 정열로 동백이 피어올랐습니다. 어색하게 피어난 매화꽃은 벌써 매실의 독특한 향을 예고합니다. 돌담 밑으로 울타리 되어 늘어선 노란 빛 수선화와 개나리는 벌써 떠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바람에 실려 계절의 향기를 나누면서 천리향도 피었습니다. 꽃들 속에 교인들이 보여 집니다. 저 할미꽃(백두옹)은 청주에서부터 사다 심으셨으니 김 집사님 얼굴이 보여 지고 휘어진 소사 분재 속에는 원로목사님의 손길도 느껴봅니다. 하얀 꽃송이가 가득한 벚꽃 위로는 이미 천국으로 이사 가신 이계철 집사님의 땀방울이 보입니다. 발고 빛나는 꽃들로 인해 세상이 아름다워졌습니다.
꽃은 이름만 들어도 아름답습니다. 그 각양의 자태로 피어오른 꽃들은 아침 햇살을 머금고 온 세상을 환히 만들어놓았습니다. 그러나 진정 그 꽃이 아름다운 것은 그 꽃이 품은 향기로움입니다. 저 자신의 깊은 품성을 담고 은은하게 향기를 발산합니다. 외모의 화려함보다 더욱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은 역시 그 간직된 향기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빛나는 것은 그 아름다운 외모나 향기의 영향력을 뒤로하고 시들어가며 죽어 떨어지는 엄숙함입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이상 붉을 꽃이 없다고 하듯 세상의 영원한 권세가 없음을 말하듯 영화를 내려놓고 퇴장하는 뒷모습은 초라하기 까지 합니다. 그 사라진 그 자리에 열매가 맺혀 올라옵니다. 이는 정말 힘든 엄숙한 가르침이요 위대한 용기입니다. 더욱 큰 것은 그 맺혀진 열매 속에 수많은 씨앗을 품어 더욱 번성해 나가는 생명이 됩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난 뒤에는 위대한 부활의 영광이 꽃으로 피어나고 그 속에 부활의 첫 열매가 맺히고 수많은 영생의 씨앗을 품었습니다.
동역자 중 한 존경하는 한 목사님은 오랫동안 나눔을 실천하며 삶 속에 겸손한 향기가 드러납니다. 돌아오는 계산 없이 나눔으로 행복한 그분이 얼마 전 작은 쪽지 편지를 하나 주셨습니다. 그 편지의 마지막 부분에는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행하시긴 전에 목수인 요셉을 함께 목공소(공방)에 계신 것처럼 당신의 작은 공방에서 나무를 다듬고 십자가를 만들면서 찾아낸 숭고한 고백을 적어 주셨습니다. 마치 나무을 산에서 베어오는 목수의 선택처럼, 때론 목수들이 건물을 건축하다 버린 조각 나무들을 주어옵니다. 땔감으로 변할 그 나무들을 다듬고 깍아 내어 모양을 만들고 사포로 갈아내고 광택을 내어 십자가를 만듭니다. 그분이 만들어 낸 십자가는 그냥 나무가 아닌 기도요 설교였습니다. 마치 건축자의 버린 돌처럼 그러나 하나님 손에 붙들려 사용됨에 대한 감격이 있었습니다. 수없이 깍아 내고 사포로 지문이 지워질 때까지 갈아내어야 부드러운 십자가를 만들고 이를 만지는 사람 손에 들려질 때 가장 부드럽고 귀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 버려진 나무 재료에서 아직도 옹이가 박히고 이미 상처가 깊이 파여진 우리를 발견합니다. 목수되신 예수님께서 성령과 말씀으로 다스리고 절제하며 고쳐내고 단련시켜 오늘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는 담력을 얻게 하십니다. 십자가의 그 길을 지나야 영광스런 부활의 꽃을 피우듯 저 땅속에 냄새나는 퇴비와 거름 위에 썩어지고 녹아낸 헌신이 이처럼 화라한 생명의 꽃을 피었습니다. 마치 땅 속의 깊은 공방에서 꽃을 피우고 향기를 발산하며 열매를 맺고 씨앗을 생산하는 그 공방의 일하시는 헌신이 느껴집니다. 자연속의 하나님의 손길은 엄숙한 교향곡처럼 감동을 주는 하나님의 예술입니다. 그 쪽지 마지막 줄의 여운이 되는 고백은 “저는 지금도 공방에 있습니다.” 수많은 영혼들의 마음과 영혼을 다듬고 어루만지며 손질하여 세워가고 목수이고 싶습니다. 그러나 먼저 그보다 예수님 앞에 놓여진 타다 꺼진 나무토막이 되어 거칠어지고 망가진 부분을 다시금 깍고 다듬고 갈아내야 할 성령의 불칼 앞에 겸허히 서게 됩니다. 일터를 향하기전 빠져버린 코뚜레를 다시 장착하는 일하는 소의 각오처럼 다시금 새로운 결심으로 시작합니다. 성령의 은혜로 쏟아지는 무지개빛 언덕의 꽃의 향기로운 가르침 앞에 다듬어야 할 나를 다시 바라봅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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