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못해-, 안 돼-”
이동식목사
(무안읍교회)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때에 다급해진 마음과 분주해진 생활로 잊고 살았던 하늘을 바라봅니다. 금방 눈이라도 내릴 듯 한 하늘은 한 해동안의 부끄럽던 발걸음을 가려주듯 포근하게 다가옵니다.
먼 여행길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우리교회 홈페이지에 들어와 보았습니다.
그동안 성도들이 올려놓은 새로운 글과 사진들로 많이 바뀌어 있습니다.
여기 저기 둘러보다가 놀라 당황하였습니다. 거기엔 70년대 유행하던 노래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누가 교회홈페이지에 감히. “어느 날 낙엽 지는 소리에 갑자기 텅 빈 내 마음을 보았죠. 그냥 덧없이 살아버린 그런 세월을 느낀 거죠... 흘러버린 세월을 찾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을까.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이 노래는 이종용이란 사람 지었고 김도향. 조영남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불러서 히트한 노래라고 합니다. 그는 어린 시절 할머니를 따라 주일학교를 다니던 하나님의 자녀였습니다. 군대에서는 군종병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던 그가 사회에 나와 가수의 길을 걸으면서 인기가 높아졌고 대마초를 피우다가 구치소에 수감되었습니다. 거기서 한 사형수로부터 내 대신 살아달라는 부탁과 십자가 목걸이를 받고 크게 회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수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목회자가 되어 미국 로스엔젤레스 코너스톤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그의 자서진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읽고 이 노래를 들으니 유행가라는 불편한 느낌보다 한 인생의 회심의 과정 같이 느껴졌습니다.
성적표를 손에 든 학생처럼 후회가 더욱 많아진 오늘,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라는 고백이 드려집니다.
지난 번 사랑하는 목회자들과 순교자 기념관을 다녀왔습니다. 거기서 만난 아름다운 신앙 을 만났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산정현교회를 시무하시던 중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10년 형을 받고 수감 중 옥사하신 주기철 목사님의 설교비문이 있었습니다. 그는 마지막 설교 중 “주님을 위하여 오는 고난을 내가 피하였다가 이다음 무슨 낯으로 주님을 대하오리까. 주님을 위하여 이제 당하는 수욕을 내가 피하였다가 이다음 주님이 ‘너는 내 이름과 내 평안과 즐거움을 다 받아 누리고 고난의 잔을 어찌하고 왔느냐’고 물으시면 나는 무슨 말로 대답하오리까. 주님을 위하여 오는 십자가를 내가 이제 피하였다가 이다음 주님이 ‘너는 내가 준 유일한 유산인 고난의 십자가를 어찌하고 왔느냐’ 물으시면 나는 무슨 말로 대답하오리까.”
또 한분 염광 박관준 장로님 순교비, 그분의 투옥 전 남기신 시에는 “인생 일대에 한번 죽음이 있으니 어찌 죽을 때 죽지 않으리요 ... 죽을 때가 와서 죽지 않으면 살아 즐거움이 죽음만 못하리라. 예수님께서도 나 위해 죽으셨으니 나도 예수님 위해 죽으리라” 가 새겨진 두 순교자의 돌비 앞에서 얼어붙어 버린 발을 옮길 수가 없어서 마음으로 울었습니다.
연말이 되면 교회마다 보이지 않는 아픔과 상처들이 있습니다. 목회의 제일 힘든 일이 제직 임명 및 각 기관의 일군을 세우는 일이라 합니다. 지난 한해에 대한 평가도 그렇고 앞으로 맡은 직분 앞에서 교인들이 마치 모세처럼 두려움으로 순종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마땅히 그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한 사람이 막히면 교회의 전체 흐름과 질서가 흐트러지기에 고민이 커집니다. 바울사도처럼 나를 충성스럽게 여겨 주신 직분을 감사하면서 “주님 내가 여기 있사오니 나를 써주소서”로 화답하는 아름다운 신앙의 열매가 그립습니다. 메스미디어의 발달로 영적인 손해가 막심한 것은 사실이지만 메스미디어를 떠나 살아갈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그 속에서 많은 교훈과 진리도 얻습니다.
개그맨들은 참 뛰어난 재주꾼들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유행어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난 못해- 난 탑 여배우야-” “안- 돼- 왜냐하면 이러이러 하고 저러하니 안-돼-” 이런 소재는 우리가 사는 사회 속의 풍속입니다. 마치 풍속화처럼 그 속에 사회의 실체가 드러납니다. 장가를 가야하고 쟁기질을 해야 하듯이 이래서 저래서 못하겠다고 피하는 사람들은 제법 논리적이고 그럴듯한 형편을 제시합니다. 주님은 위대한 일을 위하여 우리를 부르십니다. 아브라함도 예수님의 제자들도 어려운 결단 속에 진정한 제자가 되었습니다. “존귀 영광 모든 권세 주님 홀로 받으시고 멸시 천대 십자가는 내가 지고 가오리라.” 마치 초대교회 신앙의 선배들의 순교의 길을 따라 인생의 마지막 길을 걷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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