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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렬해진 마지막 촛불처럼
글쓴이 : 홈지기     날짜 : 11-11-11 09:03     조회 : 800    

더 강렬해진 마지막 촛불처럼

이 동 식

가을비가 쌀쌀하게 겨울을 재촉합니다. 비가 내리는 창가에는 안간힘을 쓰며 힘겹게 매달렸던 마지막 낙엽들이 지고 있습니다. 가을은 떠나보내는 계절입니다. 마음속 깊게 묻어둔 무거운 짐들도 삶에 지친 육신의 한숨들도 떠나갑니다. 행복과 생명을 공유하며 내 몸에 일원이던 잎새까지도 외투를 벗어 놓듯 떠나 보내야합니다. 가을이 떠나가는 산야에는 노란 옷을 발밑에 고이 벗어 접어놓은 은행나무도 쇳소리를 내며 구르는 참나무의 말린 낙엽은 정든 체온을 간직한 채 멀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남은 한 해의 시간들 위에 마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는 마음으로 이런 저런 일정을 적어봅니다.
이 마지막 한 장의 달력도 낙엽처럼 떨어져 나갈 것이라 생각하니 가을바람이 가슴속으로  차갑게 파고듭니다.
까맣게 새겨진 아직 내 인생에 붙어있는 소중한 날들이 고립된 무인도에 마지막 전투 식량같아 엄숙한 의식을 치르듯 한참을 바라봅니다.
이날의 감격을 위해 목적을 정하고 달려왔기에 이미 넘겨진 행복한 시간들이 오늘을 노래하지만 왠지 거부할 수 없는 허탈감이 잔잔히 흐르고 있습니다.
날마다 보면서 가을을 보았던 강단의 국화화분이 어느새 퇴장했습니다. 이제 어느 화분으로 그 자리가 채워질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호사유피 인생유명” 우리가 남기고 떠나야 할 한 해의 마지막 일기장에 굵은 펜으로 적어 내려갈 소중한 사연을 기대해 봅니다.
흘러가는 남은 시간들 위로 하루해가 긴 그림자를 덮으며 지나갑니다. 더 값진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 하는 소박하고 간절한 마음이 마지막을 실감합니다.
존경하는 한 선배님은 외출하실 때마다 속옷을 깨끗한 것으로 갈아입으신다고 했습니다. 오늘 하루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내가 내손으로 이 옷을 다시 벗을 수 있을지?
어떤 분은 출타를 할 때면 깔끔하게 집안 청소부터 합니다. 내가 내발로 다시 이집에 들어올 수 있을지?  그러나 그런 마음은 그냥 염세적(厭世的)인 사고라기보다 인생의 주어진 삶의 각오요. 의미 있게 주어진 시간을 살아보려는 자신을 향한 작은 채찍인 것 같습니다.
요즘 방송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는 영국의 한 TV 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출연해 그동안 꿈꾸던 오페라가수가 된 폴 로버트 포츠(Paul Robert Potts,)가 우리나라에 몰고 온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입니다.
쟁쟁한 실력을 갖춘 현역 가수들이 냉정하고도 긴장된 경연을 통해 그들의 진가를 나타내며 경쟁합니다. 그러나 시청자들을 긴장시키는 것은 그 유명한 가수들이 명성과 경력을 떠나 오늘 그 자리에서 생존 할 수도 탈락이 될 수도 있는 현실이 게임 같은 흥분을 안방까지 느끼게 된다는 점입니다.
시청률이 높아지자 각 방송사마다 유명 인사나 탈렌트들이 스포츠 댄스로 경합을 벌이고 청년들 프로그램에서는 그야말로 생존을 경험하는 진행을 합니다.
도전과 생존, 탈락, 두 손에 가득 땀을 지게하는 경연은 출연자들로 오늘이 마지막 방송은 아닐까 조바심이 나게 합니다.
“울랄라세션팀” 요즘 이런 경연의 최고의 인기몰이 팀입니다. 그는 경연 때마다 탈락의 가능성을 가지고 임하기에 아침마다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옷을 단장하면서 “아마 오늘이 내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합니다.
그는 수많은 네티즌들과 그리고 방송하는 심사위원들로부터 특별한 찬사와 각광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아니 어느 팀이, 과연 그 팀을 이길 수 있을까?  이미 적수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두각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 팀의 리더는 암4기 환자이며 그의 몸무게는 61kg에서 현재 54kg몸이 약해졌습니다. 그는 그의 마지막 인생을 하고 싶었던 음악을 통해 꽃을 피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변의 만류와 의사의 중단 권고가 있었습니다. 그는 ‘얼마를 사느냐보다 마지막을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성숙한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마지막이란 단어가 앞에 붙으면 왠지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예수님의 마지막 만찬. 마지막 인사. 마지막 재료, 마지막 경기, 마지막 강의. 마지막 황제. 이제 우리는 2011년의 마지막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저 너머로 떠오르는 희망의 2012년이 있습니다. 마지막 잎새가 떠나간 가지에는 봄이 오면 새싹이 돋아날 것입니다. 이름 모를 새한마리 그 슬픈 가지 위에 희망의 노래를 부릅니다.
어두운 방안에 홀로 켜있지만 그 자신의 열정을 태워 그 방을 밝히는 촛불의 마지막은 더 강렬하고 가슴 속 깊은 감동을 가져옵니다.
마지막 날에 내가 나의 영으로 모든 백성에게 부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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