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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아카시아 꽃잎 아래에서
글쓴이 : 홈지기     날짜 : 19-05-09 11:55     조회 : 1029    

향기로운 아카시아 꽃잎 아래에서

 

지난겨울 같으면 벌써 어둑해졌을 법한데 낮이 꽤 길어지면서 아직도 환하고 밝은 산책길에서 벌써 여름 한복판을 살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절기는 진작 입하를 지났고 아카시아 향기가 진동하는 숲길에는 아기 꿩의 걸음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정문 곁에 오랫동안 빈집이 있어서 주차장이 필요하던 차 그 땅을 구입하려다가 비용문제로 고민하였는데 누군가가 그 땅을 사서 새로운 건물을 증축한다고 합니다. 아쉽지만 경제논리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드렸는데, 어느 날 새 주인이 건축하기 위해 우리 집 정원 일부를 헐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유 인즉 새로운 건물이 지어진다면 정원에 가려 답답하니 옆집에서 배려를 해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식물을 무척 좋아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길러온 정원, 때를 따라 예쁘게 피어나는 꽃들과 대화하며 다듬어진 정원수를 훼손해야 하는 부탁은 어려운 부탁이었습니다. 그러나 넓은 마음으로 환영하는 차원에서 그 땅에 심겨져 있었던 나무와 꽃들을 보름동안 건너편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을 옮기 듯 한 포기 한 포기 그리고 한 그루 한 그루 옮기면서 혹시 죽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 옮기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 아름답던 정원은 마치 전쟁을 치른 현장처럼 파헤쳐졌고 예쁜 꽃들이 가득했던 그 곳에는 찍혀지고 상처 난 구근들과 꺾어지고 부러진 나뭇가지가 내 아픈 마음을 대신하는 하는 듯 안타깝게 널려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웃의 간곡한 처음 부탁을 들어준다는 배려로 일을 마쳐 놓았더니 어느 날 연락이 왔습니다. 경계를 확인하는 측량을 할 테니 이웃집 입장에서 입회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측량하는 분들이 측량을 시작하고 마음속으로 혹시나 경계가 바뀌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상대방 쪽으로 우리 땅의 경계말뚝이 박히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무려 1.5미터 정도 더 우리 집 입구의 땅이 훨씬 넓어진 것입니다. 잃었던 땅을 찾은 기쁨과 괜히 파헤친 정원이 아쉬웠던 마음은 녹아지고 한편으로 상대를 배려해준 선물을 받는 것만 같아 너무나 감사한일이었습니다. 우리 인생은 내가 알고 있는 경험과 지식의 선(線)이 법(法)인줄 알고 살지만 사실 정확한 기준과 선(線), 그리고 판단은 다를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승용차 두 세대는 족히 세울 수 있을 것 같아 어차피 없어진 정원 자리에 주차장을 넓히려 합니다. 약간 불편 해졌던 일들이 결국 선한 일들로 진행되고 있었고 부탁을 거절하거나 고집부리지 않고 좋은 마음으로 받아 주었던 게 얼마나 잘 했던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생각을 좀 더 바꿔보려 합니다. 낮이 길어졌다기보다 저녁이 짧아졌다고 생각도 해보고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배려하는 씨앗을 심겠습니다. 아르키메데스 일화처럼 목욕탕의 물이 넘치는 것은 부정적인 부분이지만 거기에서 긍정적인 더 큰 해답을 찾아내는 것이 지혜라는 사실입니다. 아르키메데스의 발견, 즉 깨달았다는 뜻“유레카(εύρηκα)”처럼 날마다 신비한 선물을 발견하고 희열을 누리는 삶을 찾아보려 합니다. 그의 학문적인 눈이 관찰을 통해 그 놀라운 비밀을 보게 되었듯이 선(善)을 행하고 덕(德)을 세우면 복된 일이 찾아옴을 생가하면서 아카시아 가지의 날카로운 가시보다 향기로운 하얀 아카시야 꽃잎 아래를 걸으며 행복한 유레카 산행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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