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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마루에 앉아 어린 시절을 추억하다
글쓴이 : 홈지기     날짜 : 19-02-04 23:31     조회 : 901    

고향집 마루에 앉아 어린 시절을 추억하다

황솔밭 아래 붉은 언덕을 등지고 털방울 모자 깊게 쓰고 삼삼오오 모여 연날리는 날, 붉어진 얼굴에 부딪치며 연을 올려주던 그 고마운 바람을 닮은 고향의 찬바람을 맞으며 모처럼 초등학교 교정을 걸어봅니다. 조그맣게 줄어버린 운동장, 키가 줄어 낮아져 버린 느티나무 아래에 멈춰 섭니다. 개구쟁이 시절 흙 놀이하며 자치기하던 바닥은 타일이 깔리고 최신시설 운동 기구들이 그 자리 주인이 되어 서 있습니다. 분명 나는 그 코흘리개 시절의 내가 분명한데 느껴지는 체감은 바람만 같고 건물도 시설도 어색하고 아스라이 높았던 나무도 건물도 아담해졌습니다. 열매를 따서 전쟁놀이하던 전나무는 숲이 되어 휘어져 늘어지고 앨범사진 찍던 구령대 앞에는 인조잔디가 융단처럼 깔려 있습니다. 시설도 달라지고 바뀌었지만 그러나 여전히 친근함과 평안함을 선물하며 맞아주는 고향이 고맙습니다.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국적도 바꿀 수 있고 직업도 몇 차례 바뀌어 지지만 고향과 학적은 절대 바꿀 수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고향의 모교는 어린 시절 나의 꿈이 자라던 교정이며 뒷동산입니다. 한참을 걸어야 도착했던 어린 시절 등굣길을 자동차로 달려오니 채 몇 분이 안 걸려 마을에 도착 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열쇠가 대신 지키는 고향집 문을 열어봅니다. 금방 웃으시며 반겨주실 것만 같은데 텅 빈 방에는 손 때 묻은 추억들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도 어머니가 지어주시던 밥솥에는 맛난 밥 냄새가 뭉개 뭉개 김이 되어 나오는 듯 하고 가슴에 적셔지는 눈물을 감추며 어머니 냄새나는 방문을 열어 봅니다. 쌀쌀한 겨울바람이 대숲에 바람소리를 울리며 하루가 어느 덧 고향집 뒤로 숨어 버렸습니다. 멈춰버린 괘종시계는 어리시절의 감동에 멈춰버린 내 마음인양 언제부터인가 변함없는 시간에 고정되어 멈춰 있는 듯합니다. 먼지가 내려앉은 장롱을 열어보니 자식들이 그리울 때마다 아마도 펼쳐 보셨을 어머니의 앨범이 놓여 있습니다. 거기엔 꽃목도리를 건 졸업식 날 사진과 금방 그 시절이 떠오르게 만드는 사진들이 친근하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사진 속 코흘리개 어린아이는 어느 덧 들에 내린 눈을 둘러쓴 듯 백발이 되어 앉아 있습니다. 새해를 시작 한 지가 벌써 한 달이 지나갔지만 민족의 고유 명절 설날을 맞으면서 또 다시 시작이란 단어와 새해를 이야기합니다. 호롱불을 켜서 걸어놓고 안반 위에 둘러앉아 온 가족이 모여 앉아 가래떡 썰던 추억도, 까만 가마솥에 증기 솟아 내뿜을 때까지 장작불을 지펴서 쑥떡 익혀 떡 매로 찰지게 쳐서 콩가루 분을 바르고 솥뚜껑으로 피자 썰 듯 잘라서 석작에 차근차근 사려 담아 보관하던 일, 조청을 달여 백자도자기에 담아 놓고 기다리던 그리운 시절로 돌아갑니다. 시골 오일장 뻥튀기와 나프탈린 소독약 냄새가 배인 신발과 설빔을 장롱 속에 모셔두고 아침을 기다리며 잠 못 이루던 그 밤의 셀렘이 생생하고 여전하지만 부모님도 형제들도 떠나버린 방안 나 혼자 덩그러니 앉아 방을 지키고 있습니다. 굳어버린 주름살을 어루만지며 홍조된 미소로 수줍게 찾아 낸 추억이 되었습니다. 설날, 언제나 새로운 날은 익숙하지 않아 낯설어서 낯설다. 그리고 어색하고 아직 초보라여서“설다”는 어원에서“설날”이란 말이 생겼다는데, 다시 소환한 어린 시절은 여전히 고향집 방바닥에 그려진 익숙한 문양처럼 친근하고 편안하고 설렘으로 행복한 꿈을 꾸게 합니다. 어느 새 한 살 더 늘어난 나이 보따리를 들고 일어서는데 한편으로는 아쉬움과 소중한 분들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서 오늘도 열심히 흘러가는 나그네 인생길 위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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