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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포장을 여는 언박싱의 조심스러움처럼
글쓴이 : 홈지기     날짜 : 25-01-23 19:54     조회 : 1074    

선물 포장을 여는 언박싱의 조심스러움처럼




매서운 찬바람 끝이 많이 부드러워 진 날 오후, 낡은 스피커를 무심히 울려주는 익숙한 멜로디가 넘어가는 하루 해의 추억을 붙들고 흘러갑니다. 가슴 속 깊은 곳을 저미며 붉어진 서쪽 하늘빛을 타고 흐르는 세레나데의 긴장된 현은 당긴 듯하다 밀어내며 거친 여운을 남기며 울타리 너머 잔가지 위로 넘어갑니다. 잔바람에 실루엣으로 흔들거리는 나뭇잎들은 슈베르트의 특이한 곱슬머리 처럼 마음 구석을 기웃 거리며 가까이 찾아왔습니다. 나이 앞에는 장사가 없는 모양입니다. 어쩔 수없이 내 놓은 자랑이란 것들이 이미 이가 빠진 무용담(武勇談)입니다. 온 몸이 기억하는 이야기들 또한 낡은 사진첩에 빛이 바래가는 아스라한 그림이 되었습니다. 하얀 눈이 내리고 굴뚝 가득 연기가 피어오르던 그믐날, 안개처럼 김이 피어오르고 가래떡을 예쁘게 받아 사려 굳히며 마른 쑥 삶아 찰진 떡밥에 절구질한 떡 덩이를 커다란 안반에 펼쳐 솥뚜껑 칼로 잘랐습니다. 한 잎 입에 물려 얻어먹으며 콩가루로 화장하던 날, 뜨겁게 달궈졌던 방은 그날 밤 도란거리는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창호지 문 뒤로 반사 된 낭만적인 하얀 눈빛에 피곤 한 몸은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풍습도 감동도 없어져 버린 지 이미 오래 이건만 그 밤의 기억은 생생하게 영상처럼 찾아옵니다. 새해를 시작 한 지 벌써 한 달 남 짓 그런데 우리는 다시 어색하지도 않게 새해를 말하며 설날을 준비합니다. 뜻도 모르고 불렀던 “까치 까치 설날은” 새해 설날보다 전날 섣달 그믐밤이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그 밤을 세우며 잠을 자지 않고 시간의 흐름을 온 몸으로 실감하고 웃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른이나 아이나 사람의 마음은 일반이라 새로움에 대한 기대로 설레였고 그보다 더 감사하기만 한 그날 이었습니다. 우리의 인생사에는 사실 얼른 지나 보내며 애써 지워 잊어버리고 싶은 아픔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실 흐르는 시간 위에 같이 띄워 보내며 다가오는 소망을 품은 새로운 기대도 있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기계를 구입했을 때 조심스러움처럼 또는 처음 대하는 환경이나 일들에게 적응하지 못함으로 어색함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그보다 이제는 잘 해 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큰 것 같습니다. 요즘은 여러 제품 광고나 소개를 위한 영상 가운데 ‘언박싱’이란 말이 유행합니다. 유튜버들이나 블로거들이 그 제품이 들어 있는 상자를 열어 제품의 내용이나 구성품과 디자인등과 사용감등을 소개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처음 대하는 생생한 느낌과 감동입니다. 아쉬운 시간, 섣달 그믐날 하늘은 훨씬 더 붉게 물들어 가고 다가오는 마지막 날 밤의 어둠 또한 포근한 손길처럼 다가옵니다. 몇 푼 안 된 세뱃돈 받던 날, 복 주머니 속에 액수가 궁금하여 자꾸 두께를 만져보던 마음처럼 순수하던 속마음입니다. 요즘 마아가린 버터에 구운 팝콘냄새도 없고 어둡고 곰팡이 냄새 나지만 낡은 영화관의 필름의 비 내리는 화면 속에 소개 되는 다음 상영될 영화 광고처럼 성우 아저씨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바로 그 멘트 “기대하시라 개봉박두”라는 외침이 낡은 구식 가슴을 떨리게 합니다. 엄청나고 화려한 행복보다 그냥 가슴 찡한 마음이 나누어지는 시간, 내일 아침 설날보다 오늘 밤 섣달 그믐이 멍멍하고 따뜻하게 나의 지친 인생을 안아 주는 그리워지는 포근함입니다. 선물 보따리 박스를 여는 억박싱의 기대감보다 오늘 밤은 시간의 퍼즐에 새겨진 보물을 모아 마음 창고에 타임캡슐앨범스티커를 열고 깊숙히 보관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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