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안[慧眼]을 열어 보게 하소서

유채 밭 넘어 온 바람이 진달래 엷은 꽃잎을 흔들어 깨우며 골짜기를 채우고 오막살이 외딴 집으로 흘러갑니다. 숨차게 산골 올라 온 집배원의 반가운 손에는 예쁜 딸에게 온 편지 대신 각종 고지서만 가득 들려 있습니다. 오늘도 산언덕까지 비켜 내리는 햇살은 시들어 떠난 매화 꽃 위로 그림자 만들며 머물러 서 비추입니다. 설레임으로 사모하는 계절을 꽃길을 만들어 맞아 드리려 하는데 더디 오는 계절은 언제나 오시려나 애타는 빈 의자 위로 양지를 찾는 할머니의 까만 눈엔 기다림이 피어오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너무나 급변하고 스피드화 되어갑니다. 마음은 급하고 벌써 앞서 가지만 실상 우리가 원하고 기다리는 열매는 더디 오므로 보이지 않아 낙심될 때도 많습니다. 천재는 악필이라 함은 천재의 머릿속의 그 내용을 손이 미쳐 따라 쓰질 못하기에 날아가는 글씨체가 된다는 전문가의 분석처럼 시대의 급속한 변화 중 하나는 빠르다는 것 그리고 어지러운 즉 스피드입니다. 그래서 모두 참 바쁘게들 사는 세상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자신의 삶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어린이도 어른들도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든지 여유라고는 찾을 길이 없이 자기만 보고 이웃을 놓치고 바쁘게 정신없이 달려 나갑니다. 마치 무슨 일이라도 생긴 사람들처럼, 그래서 우리는 생각합니다. 긴급한 일이 생겼을까? 바쁜 약속 자리 때문 일까? 생존의 전장인 일터로 달려가는 것 일까? 아님 덩달아 달려 나가는 것인지? 오늘도 바쁘게 흐르는 세월의 강변에는 급하게 흘러가는 강물 소리가 가득합니다. 세월이 참 빠르다고 느껴집니다. 그러나 실상 우리 모두가 사모하며 학수고대 기다리는 소중한 아침은 더디옵니다. 아직도 찬바람이 불고 강원도에는 봄 눈이 소복이 쌓여 꽃샘추위를 몰고 와서 쌀쌀해지는 때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물을 보는 것은 육체의 눈입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전문적인 경험이나 지식으로 보게 되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맛은 우리 입안의 혀로 봅니다. 그래서 맛을 본다고 합니다. 맛있는 음식 냄새, 향기로운 내음은 코라는 기관으로 봅니다. 그리고 사람을 보았다는 것은 단지 얼굴을 보았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만났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장을 보았다는 말 역시 시장에 가서 물건을 팔기도 하고 사는 일을 하였다는 표현입니다. 즉 그 일에 경험을 통해 우리는 그 일을 알게 되었고 이루었기에 우리는 해 보았다고도 표현합니다. 그래서 공부도 이성도 사업경영도 눈을 뜨게 되었다는 것은 드디어 전문적인 것을 알게 되었다는 표현인 것입니다. 운동 경기도 룰과 그 경기가 가지는 내용을 알게 되면 재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잠시 멈추어 서서 나의 모습을 스스로 점검해 봐야 할 것입니다. 서두르다 놓쳐버린, 지금 어느 곳을 달리고 있는지, 어디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지, 달려가는 나의 인생은 품위와 인격의 중심을 지키고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점점 성숙해 진다는 것이 무엇일까? 깨달아지는 것은 무엇일까? 이 모든 것은 더욱 자연의 섭리와 힘 앞에 겸손해지는 것입니다. 이 세상 모든 일의 출발은 인식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그래서 인식한다는 것은 알게 되었고 느끼게 된 것이니 바로 우리가 본다는 말을 사용합니다. 지도자의 눈은 독수리처럼 멀리 미래를 볼 줄 알아야하고, 높고 숭고한 뜻을 찾아야하고, 비전을 품어 더욱 크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듯이 오늘도 급변하는 시대 속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고 사물을 꿰뚫어 바라보는 영적 혜안[慧眼]이 열리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