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 제거 된 바람이 분다
햇살은 맑고 투명하다
퇴근 후인데 아직 햇살이 눈부시다
선글라스를 끼고 창문에 반사되는 햇살을 차단시키고
핸들을 돌린다
늘 가는 길,
들판도 어느 덧 누르스름하게 변해 있다
길가엔 강아지풀, 스크렁이 바람에 흔들린다
컨트리클럽 쪽으로 접어들자 작은 호수에서 노적 (蘆笛) 소리 들린다
톱머리,
사람들이 모두 빠져 나간 가을 바다
해의 잔광이 수면을 붉게 물들인다
배들은 바다위에 한가로이 떠 있고
간혹, 물새 소리 들린다
고즈넉한 가을 바다
음력 팔월 초아흐레 낮달이 중천에 떠 있다
스러지기 전 마지막 빛을 뿌리고 있는 해와
자기 때를 기다리고 있는 달빛의 공존
방파제엔 낚시꾼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해송이 바다 쪽으로 몸을 기울인 채 서 있다
한 폭의 그림이다
백사장에 게들이 파놓은 모래들이 뽀글뽀글 뭉쳐 있고
누군가 지나간 발자국이 모래 위에 찍혀 있다
나는 습관처럼 머릿속 필름을 돌린다
아름다운 배경, 효과음, 그리고....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눈과 귀를 확장시킨다.
백사장으로 내려서서
발바닥에 전해지는 모래의 감촉을 느낀다.
햇살에 달구어진 모래의 감촉이 따뜻하다
천천히 걷는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리고,
어느덧 살갗에 닿는 바람의 감촉이 선선하다
끈적이는 습기가 제거 된 약간의 비릿한 바닷바람이 신선하다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방파제에 등을 기대고
지는 해를 본다
종이를 데면 불이 붙을 것 같다는 그 마지막 해를
이 장면이 저장된 파일은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