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가을날 오후! 역사와 대화를 나누면서

이동식목사(무안읍교회)

연푸른 새싹이 짙은 초록으로 깊은 빛나던 여름이 지나가는 날, 높아진 하늘과 바다는 진한 코발트빛으로 하나를 이루었습니다. 수평선의 보석 햇살의 반짝임이 아니라면 어디까지가 하늘인지 어디서부터 바다의 시작인지 모를 것만 같습니다.
비췻빛 푸른 바다에 가을을 부어버린 하늘은 낯선 이방인의 마음을 시원하게 합니다. 사람들은 겨울바다의 낭만을 노래합니다. 또 시원한 여름 바다에 뛰어 들어 온몸으로 바다를 누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을바다는 나그네의 마음을 사로잡아 서툰 시인이 되게 만들어 놓습니다.
창조주를 바라보며 더욱 성숙해진 자연의 선물을 만나 예수님을 닮은 선한일군이 되기 원하는 소원을 품고 우리교회 사랑하는 동역자들은 경상남도 통영의 바닷가로 달려갔습니다. 수많은 문학가와 예술가들의 고향인 통영은 조선시대 수군의 본거지다운 민족의 역사를 간직한 채 오늘을 맞고 있었습니다. 누가 말했던가 “사람은 여행을 통해 친구를 사귀고 역사를 만나고 중요한 결단을 하게 된다”라고 여행 중 만난 역사의 현장은 우리의 인생의 거울이 되었고 우리의 자세를 새롭게 고쳐주었습니다. 우리 일행이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충렬사, 충렬사는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는 사당으로 전국에 여러 개가 있습니다. 물론 이 충렬사는 하나님을 모르는 이들의 우상숭배를 목적으로 지은 것입니다. 어떤 것은 왕명으로, 어떤 것은 지방 관리가 또 그의 부하들이 지은 것으로 전북에 1개소, 경남과 부산 등에 있고 전라남도 해안에 가장 많습니다. 이는 호남사람들이 이순신장군과 함께 목숨을 걸고 전투에 임했던 군인중 많은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이순신 장군은 그의 친구 사헌부지평 헌덕순에게 보낸 편지에서 말합니다. 호남의 많은 충렬사들은 이순신과 목숨을 건 장수들과 병사들이 전쟁을 마친 후 그들이 모시던 장군을 진심으로 존경하여 온몸과 사비를 바쳐 세웠다고 합니다. 이 역사는 비록 하나님을 모르는 그들이 남긴 흔적이지만, 그들이 잊지 못하고 존경하던 이순신 장군이란 어떤 인격의 소유자이며 리더였을까를 깊게 생각게 합니다. 그는 죽은 후에도 존경을 받았습니다.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시대의 지도자들 리더들을 보면서 상념에 빠져 듭니다. 우리는 과연 나와 함께 한 귀한 동역자 동지들, 때론 아랫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잊혀지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봅니다. 충렬사에 출입구는 우입좌출(右入左出)로서 우측으로 들어가고 좌측으로 나가는 질서를 정해놓았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그때부터 요즘 논란이 되는 우측통행을 질서에 응용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뜻도 있겠지만 끝까지 장군 앞에 절도 있게 예를 다하여 질서를 다하는 그들의 충성의 모습은 과연 살아계신 하나님 앞의 우리의 신앙적 자세와 마음가짐을 생각해봅니다.
우리 순례단은 경복궁, 경회루와 여수 진남관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건물인 세병관을 방문했습니다. 세병관은 17세기 건축된 목조건물로서 국보 305호로서 창건 후 약 290년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삼도수군을 총 지휘하던 장소로 통제영이었다. 3건물 중 유일하게 소실된 적이 없이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어른 두 사람이 안아야 될 만한 크나큰 기둥과 들보로 이루어진 웅장한 건물을 보면서 우리들도 하나님 나라의 기둥으로 견고하고 아름다움을 간직한 신앙적 위치와 쓰임을 다짐했습니다.
세병관 건물 추녀 끝에는 어른 주먹이 두 개정도 작은 것은 하나 정도 들어갈 돌에 뚫린 낙수물 구멍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난 400여년을 지나오면서 한 방울씩 떨어진 그 낙수물이 그 단단한 바위돌에 커다란 흔적을 남겼습니다. 빗물이 바위를 뜷다니... 이는 우리에게 쉼 없는 도전과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라는 자연의 주문인 듯 했습니다. 
세병관은 전쟁을 마치고 병기를 씻는다는 뜻으로 평화를 기원하는 소원이 들어있는 이름입니다. 그 세병관 중앙앞쪽에는 약1미터 가량 높은 궐패단이 있습니다. 궐패단은 음력으로 매월 초하루와 보름날, 모든 장수들이 대궐을 향해 충성을 맹세하던 장소였다고 합니다. 장수들은 천리 밖, 조정의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전장으로 명예롭게 나갔습니다. 이는 보이지 않는 우리의 주인이신 하나님 앞에 날마다 충성을 맹세하며 헌신의 각오로 살아야 할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역사의 현장에서 그 시대를 살다간 인물들의 흔적에서, 신앙적인 바른 자세를 역사에게 묻고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