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위에 인생을 읽다
봉긋하게 올라온 튤립이 아침 햇살에 투명하고 환상적인 자태를 뽐내며 피어올랐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은 봄을 지나 여름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맑은 색으로 튤립이 피어난 정원 위로 떠나가는 벚꽃의 마지막 피날레처럼 꽃가루가 눈처럼 내려옵니다. 요즘은 계절을 상징하는 꽃들이 차서도 없이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 와 경연을 벌인 듯 가득합니다. 송이송이 너무나 신비하고 아름다운 순백의 작은 벚꽃이나 오색찬란한 튤립은 홀로도 고결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나뭇가지에 덩어리가 된 벚꽃이나 온 땅을 덮으며 양탄자처럼 수없이 모여 각색의 비단 천을 깔아 놓은 듯 바람에 물결치며 피어난 튤립도 뭉치고 함께 해서 더욱 빛나고 아름답습니다. 튤립하면 떠오르는 나라 네덜란드는 매년 90억 송이이상의 튤립을 재배한다고 합니다. 전 세계 모든 이에게 한 송이씩 나누어 줘도 될 법한 수량입니다. 하얀 벚꽃 터널 구경을 마치고 찾아 온 지인의 가족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지인이야 자주 만나기에 늘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지인의 딸이 출가하고 유치원에 다니는 손자까지 동반한 모습을 보며 친구도 나도 이제 나이가 꽤 됐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흘러가는 세월 위에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잇는 줄 알았던 착각이 깨어졌습니다. 이제는 칭호도 할아버지가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자연은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게시판입니다. 바람이 지나가면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바람의 흐름을 보여주듯이 세월이 흘러감이 각양의 방법으로 자연을 통해 구현하여 알려줍니다. 눈이 오고 비가 내리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자연의 모습은 어찌 보면 그 위로 시간이 지나갔음을 알려주는 흔적이 된 것입니다. 요즘 시계는 디지털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 줍니다. 시간에 나타나는 숫자는 0부터 59까지 그 숫자가 시간이 지나감을 표시합니다. 그러나 더욱 실감나는 것은 과거 우리들이 사용하던 아나로그 시계입니다. 똑딱똑딱 초침이 지나가면서 분침을 돌리고 굵직한 시침도 돌아갑니다. 시간의 지나감과 남은 시각을 눈에 보이도록 표시해 주므로 훨씬 시간의 자나감을 역동적으로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욱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게 하는 것은 모래시계입니다. 목욕탕 한증막에 흐르는 시간을 알려주는 모래시계는 쏟아지는 모래와 사라져 없어지는 모래를 통해 시간의 정체를 더욱 실감나게 합니다. 쉼 없이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세월은 흘러갑니다. 사라져 가는 모래처럼 점점 나에게 떠나가는 시간을 느끼게 합니다. 어린 시절 시골집에 쾌종시계라는 벽시계는 테엽을 감았습니다. 태엽이 풀리면 우리들의 표현대로 밥을 준다고 하면서 다시 감아줍니다. 그러나 우리 인생이란 시계는 한번 풀리면 다시 감을 수 없으며 지금도 계속 풀려져 가고 있습니다. 정해진 량의 모래에서 하염없이 쏟아져 사라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모래시계에서 윗부분에 사라져가는 세월을 보듯 우리인생을 눈으로 확인하며 산다면 훨씬 지혜롭게 살게 될 것입니다. 시간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아껴가며 더욱 의미 있게 삶을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이렇듯 소중히 여겨는 마음으로 세월 앞에 서는 것은 지금도 빠르게 지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그 유명한 “세 가지 질문”이란 글에서 “우리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때는 과연 언제일까? 우리 인생의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인생사에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라는 우리들의 공통된 질문에 일깨워 준 대답은 바로 지금이라는 시간이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지금 만날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그 사람,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일, 사랑하고 땀 흘리고 움직일 수 있는 것입니다. 영어로 선물이란 단어 present는 현재라는 동일한 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 저기 떨어져간 꽃잎자리에 연록의 싹들이 돋아 오릅니다. 오늘 흘러가는 냇물에 나의 열정과 마음을 쏟아 소중한 세월 위에 향기로운 나이테를 남기기를 바라봅니다, 튤립이 활짝 마음을 열고 피어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감춰진 색감까지 꺼내 펼쳐 아름답게 피어나는 듯합니다. 나의 인생의 모래시계에 소중한 색감을 입혀 아름다운 모래 산을 이루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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