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싸 주신 사랑의 선물들
이동식목사(무안읍교회)
고향으로 향했던 시간의 열차는 다시 사람들의 발걸음을 각자의 삶의 현장으로 바쁘게 돌아오게 만들었습니다. 나그네 인생길에서 잠시 동안 시계를 거꾸로 돌리듯 지난 날 추억의 동산인 고향으로 향했던 마음들이 다시 가지런히 삶의 현장에 돌아와 변함없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고향 동산에는 겨우내 얼어 생명의 숨소리조차 참았던 새 생명들이 양지쪽에는 고개를 내밀고 얼굴을 얼렸던 찬바람은 훈풍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봄은 고향에서부터 옵니다. 멀리 안보일 때까지 흔드시던 어머님의 손을 뒤로하고 돌아온 가슴속에는 고향집의 사랑의 불이 지금도 찡하게 타오릅니다.
명절 귀성길은 언제나 예상된 고생길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고향을 찾습니다. 아마 우리에게 하나님은 고향을 찾도록 우리 인생에 프로그램을 해두셨나 봅니다. 마치 괘종시계가 3시가 되면 3번, 12시가 되면 12번 종을 울리도록 만들어 놓아 그때가 되면 변함없이 울리듯이 명절이 되면 변함없이 고향으로 달려갑니다. 이는 분명, 본향을 향하라는 하나님의 섭리일 것입니다. 고향으로 가는 길은 고향이라는 이유 하나로 당연시 되며 행복합니다. 그래서 고향에 대한 향수는 나이가 들어도 늘 변함없는 설레임 입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
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중략)/ 하늘에는 성근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시인의 향수라는 노래처럼 고향은 늘 사람들의 마음에 있습니다. 마치 고향 뒷 소나무만 보아도 슬라이드처럼 어린 시절로 돌아감은 고향만이 가진 선물입니다.
고향을 다녀온 후 아직도 마음에 가득한 것은 말할 수 없는 사랑입니다. 그 고향이 주는 독특한 칼라의 사랑은 우리의 삶의 현장 어디서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그 곳엔 그리움에 가득한 추억이 있고 어머니의 다정스런 손맛이 기다립니다. 금방 싸우다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면서 뛰놀던 동산엔 인생길에서 얻은 실패와 크고 아픈 상처를 안고 찾아가도 고향의 품은 이유 없이 포근하게 안아줍니다. 그래서 마치 먼 거리를 달린 마라토너가 결승점을 지나면서 얻는 희멸과 안식처럼 고향은 우리를 행복해지게 하는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우리는 고향을 향한 나그네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적인 사상을 가졌던 유명한 작가 바르니엘은 “세상의 언어 중 최후까지 남길 두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사랑과 여행]일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즉 나그네 처럼 여행하는 삶인데 그 길의 원동력은 사랑이라는 위대한 힘이라는 것입니다. 요셉이 최고의 자리에 앉고 그 아들로 인해 극진히 대접을 받았던 야곱이 바로에게 한 대답은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연세가 얼마나 되셨는지요” 그러자 야곱은 이런 대답을 하게 됩니다.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130년입니다. 나의 나이가 얼마 못되나 험악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창 47:9)” 야곱은 인생이 나그네임을 알고 살았기에 그 인생을 대하는 자세가 달랐습니다. 목적지를 향한 나그네 인생길은 오늘이라는 시간을 통해 앞으로 전진해 갑니다.
며칠 전 이웃교회의 예배를 인도하는 일로 출타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눈길의 차량운전은 서툰 솜씨라서 두렵고도 걱정이었으나 운전에 베터랑인 집사님이 동행하시고 차량바퀴에 체인을 장착하였기에 걱정없이 다녀왔습니다. 오늘도 걸어가는 나그네 길에서 예상치 못한 폭설도 빙판도 나타나겠지만 늘 나와 동행하시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손길은 나그네의 인생길의 운전자가 되시고 보호해 주실 것입니다. 새해를 다들 불안해하며 걱정 속에 한해를 출발 합니다 그러나 험한 파도나 풍랑까지도 다스리시는 그분이 내 인생길의 동행자이십니다. 나그네 길에서 만날, 수많은 사람들에게 설날 나누었던 덕담을 계속하면서 지친 이웃들께 힘과 소망, 그리고 자신감을 나눠 주며 달려가고 싶습니다. 마치 운동장을 달리는 선수를 보면서 온 관중이 환호하고 힘을 내듯이...고향길에서 받은 선물을 이웃에게 나누고 싶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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